우주33(2026)년 9월 16일
우주33(2026)년 9월 16일 --:--

 

머 리 글

 

무릇 지나온 나날을 붓으로 옮겨본다는것은 생각밖으로 마음이 무거워지는 일이다. 걸어온 길이 사람마다 같지 않고 겪은 일들이 천차만별이니, 저마다 다른 심경으로 지나간 나날을 더듬어보게 되는것이다. 나 또한 이 페지앞에 앉아 몇번이고 붓을 들었다 놓았다 하였다. 하나의 평범한 방송인으로서, 좁은 방 한칸에서 마이크 하나를 붙들고 시작하여 오늘은 스텔라이브라는 이름아래 여러 동지들과 함께 서있는 사람으로서, 나는 깊은 감회와 잊을수 없는 나날들속에 그 지나온 길을 돌이켜보게 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세월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가상 방송이라는것은 아직 짧은 력사를 가진 세계이다. 그 짧은 력사와 더불어 흘러온 나의 나날은 그대로 이 좁은 업계가 걸어온 걸음의 축도이기도 하다. 나는 그 첫 페지가 씌여지던 자리에 우연히 함께 있었고, 지금도 그날의 공기를 잊지 않고있다.

처음 마이크를 켜던 그 저녁, 방안은 콤퓨터 본체의 웅웅거리는 소리와 낡은 온풍기 소리로 가득하였다. 창밖은 유난히 바람이 찼고 골목의 가로등만 희미하였다. 책상우에는 건반과 마우스, 그리고 그날 새로 들여놓은 마이크 하나가 나란히 놓여있었다. 그때는 이 마이크 하나가 뒤날 어디까지 나를 데려다줄지 짐작조차 하지 못하였다.

그 길에는 물론 즐거움만 있은것이 아니였다. 시청자 수자가 좀처럼 늘지 않던 밤도 있었고, 대화창이 잠잠한채로 방송이 끝나버리는 하루밤도 적지 않았다. 머리수화기를 벗어놓고 홀로 화면앞에 앉아있노라면 이 길을 얼마나 더 갈수 있을가 하는 물음이 절로 들군하였다. 그러나 나는 그 물음앞에서 한번도 마이크를 완전히 내려놓지는 않았다.

화면 저편에서 밤마다 대화창에 글을 남겨준 이들이 없었다면 나는 오늘 이 자리에 서있지 못하였을것이다. 그들이 있었기때문에 나는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마이크앞에 앉을수 있었다. 얼굴 한번 마주한적 없는 그 수많은 이들에게 나는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하고싶다.

이 길에는 동지도 있었다. 화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처음에는 서로 존재조차 모르던 이들이 어느 날부터인가 같은 게임속에서 마주치고, 같은 대화창을 나누어 쓰게 되였다. 인천의 어느 골목에서 홀로 마이크를 켜던 소년과, 좁은 자취방에서 홀로 화면을 마주하던 나 사이에도 그렇게 어느 날 길이 이어졌다. 그날 우리 둘 다 그 길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알지 못하였고, 그저 같은 게임속에서 몇마디 웃고 헤여졌을뿐이다.

함께 어깨를 겯고 화면앞에 서던 동지들 가운데는 오늘은 각자 다른 길을 걷는이도 있다. 그 리유를 이제 와서 하나하나 헤아려 적지는 않으려한다. 다만 그 시절 나와 함께 웃고 함께 밤을 지새운 시간만은 여전히 소중하게 남아있고, 그 사진 한장은 지금도 내 마음 한켠에 걸려있다.

원래 나는 이런 글을 쓸 생각이 별로 없었다. 여러 동지들이 지나온 나날을 기록해두면 후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것이라고 권하였으나, 나는 그것을 서두르지 않았다. 지나간 밤들을 새삼 들추어내는 일이 겸연쩍기도 하였거니와, 아직은 갈길이 더 많이 남아있다는 생각도 있었다.

이제는 회사일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짬이 조금 생기였다. 새로 들어온 동지들에게 우리가 어떤 밤들을 지나 오늘에 이르렀는지 알려주는것도 나의 소임이라는 생각이 들어, 시간이 나는대로 한줄씩 적어놓게 되였다. 이 첫권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조용하였던, 그러나 모든것의 밑거름이 된 나날들을 담았다.

나는 나의 한생이 남달리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마이크 하나를 붙들고 부지런히 걸어온 나날이였다고, 그리고 그 나날을 함께 걸어준 이들이 있어 외롭지 않았다고 자부할뿐이다.

이 책의 첫 페지를 넘기는 이에게 나는 그 시절 좁은 방을 채우던 콤퓨터소리와 대화창의 온기가 조금이라도 전해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질 더 긴 이야기를, 이 조용한 첫권이 부담없이 열어주기를 바란다.

함께 이 길을 걸어온 모든 동지들을 생각하며, 우주33(2026)년 가을, 마이크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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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적은 창작된 가상의 회고록입니다.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하였으나 내용은 모두 지어낸 것이며 실제 인물·단체의 립장과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