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33(2026)년 9월 16일
우주33(2026)년 9월 16일 --:--

 

머 리 글

 

무릇 지나온 나날을 다시 붓으로 더듬어본다는것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미 다 겪어 아는 일이라 손쉽게 적어내려갈줄 알았더니, 막상 자리에 앉으면 어느 대목부터 짚어야 할지 몰라 며칠을 그냥 흘려보내는 때가 많았다. 지나간 나날이란 살아낼 때와 되짚어 볼 때의 무게가 이렇듯 다른 법인가보다.

나는 이 열한번째 권을 쓰면서 유독 오래 망설이였다. 앞선 권들에서는 얼굴을 내려놓은 이야기며, 딸들을 맞아들인 이야기며, 굴곡진 성장의 나날이며, 다시 세상의 눈길을 받게 된 시절을 하나하나 적어왔거니와, 이번 권에 이르러서는 나 하나나 블루동지 한 사람의 이야기를 넘어 회사 전체의 몸집이 부쩍 커지던 반년을 적어야 하였기때문이다.

우주32(2025)년의 여름에서 겨울에 이르는 반년 남짓한 나날을 나는 이 권에 담았다. 그 몇달 사이 우리 회사는 더 큰 별자리의 품에 들어갔고, 새 얼굴들이 곁에 늘어났고, 열번째 별이 새로 떠올랐고, 성원들은 처음으로 한 무대에 나란히 서보기도 하였다. 낱낱이 헤아리자면 한이 없으나 이 머리글에서 다 늘어놓지는 않으려 한다. 그 사연은 뒤에 오는 장들이 저마다 말해줄것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우리 회사를 하나의 작은 별자리쯤으로 여기고 지켜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는 우리보다 훨씬 큰 별자리속의 한 무리가 되여있었다. 스스로 무슨 대단한 결단이라도 내린듯 그날의 회의실 풍경을 떠올려보지만, 실은 밤새 커피만 축내며 낯선 서류양식과 씨름하던 나날이 더 많았다는것을 여기 슬쩍 적어둔다. 더 큰 별자리에 든다는것이 우리 별들의 빛을 지운다는 뜻은 아니였다. 나는 오히려 그 반대이기를 바라며 그 몇달을 보냈고, 별 하나하나가 저마다의 궤도와 밝기를 지니고서도 더 큰 그림속에서 함께 빛날수 있다는것을 그 여름과 가을을 나며 새삼 배웠다.

이 반년이 순탄하기만 하였던것은 물론 아니다. 새 식구를 맞아들이는 기쁨이 있었는가 하면, 뜻하지 않은 말 한마디로 대화창이 술렁이고 마음 상하는 일도 있었다. 사장이랍시고 나서서 한마디씩 거들어야 할 때마다 나는 속으로 몇번이고 문장을 고쳐쓰곤 하였다. 그러나 나는 이 길에서 한번도 물러서거나 주저앉지 않았다. 궂은 날도 갠 날도 다 우리가 짊어져야 할 몫이라 여기고 하루하루를 그저 넘기였을뿐이다.

내가 이 권을 쓰며 가장 자주 떠올린것은 지하 련습실 유리문 너머로 밤늦도록 흔들리던 그림자들이다. 데뷰한 시기도 다르고 서로 얼굴을 익힌 정도도 저마다 달랐던 이들이 한 무대우에 나란히 서기까지, 발구름소리와 반주소리가 뒤섞여 새벽까지 이어지던 그 풍경을 나는 지금도 눈에 선하게 그릴수 있다. 소파에서 그대로 잠든 성원에게 담요 하나 덮어주고 조용히 불을 끄고 나오던 밤도 한두번이 아니였다.

그리고 그해 끝자락, 찬바람 부는 넓은 광장에 두꺼운 외투를 입고 길게 늘어선 줄을 차창 너머로 보았을 때의 심정을 나는 오래 잊지 못할것이다. 우리가 처음 마이크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았던 그 시절에는, 감히 여기까지 오리라고 헤아려보지도 못하였다.

사실 나는 이런 회고를 열한권씩이나 늘어놓게 될줄은 몰랐다. 《우결》의 나날이 끝나고서도 적을 말이 이렇게 쌓일줄은 더더욱 몰랐다. 그러나 한 시절을 함께 건너온 사람으로서 그 나날들을 흘려버리기보다 붙잡아 적어두는것이 나의 도리라는 생각이 들어, 이번에도 시간이 나는대로 한줄씩 보태었다.

블루동지와 더불어 《우결》을 지나고 스텔라이브의 나날을 함께 적어온 이 책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 권을 넘기면 지금 이 순간에 가 닿을것이다. 그러니 이 권은 그 마지막 걸음앞에 놓인 디딤돌 하나로 여겨주면 좋겠다.

나는 이 권의 글이 회사를 차린 사람의 자랑거리로 읽히기보다, 별 하나하나가 더 큰 별자리 속으로 들어가서도 저마다의 빛을 잃지 않았다는 자그마한 증언으로 남기를 바랄뿐이다.

그 여름과 겨울을 함께 건넌 모든 동지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우주33(2026)년 어느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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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적은 창작된 가상의 회고록입니다.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하였으나 내용은 모두 지어낸 것이며 실제 인물·단체의 립장과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