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33(2026)년 9월 16일
우주33(2026)년 9월 16일 --:--

 

머 리 글

 

한 권 한 권 회고록을 써내려가면서 새삼 깨닫는것이 있다. 지나온 나날을 되짚는 일은 즐거움만은 아니라는것이다. 어느 대목에서는 웃음이 절로 나다가도 어느 대목에 이르면 손이 절로 멈추어 한참을 그대로 앉아있게 된다. 한권 한권이 저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있어서, 쓰는 나조차 다음 페지에 무엇이 나올지 짐짓 궁금해지는 때가 있다.

이 제3권 《밤과 별의 노래》는 우주26(2019)년 한해의 기록이다. 《우결》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그 시절, 나와 블루동지는 아직 서로에게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이였다. 높임말도 다 벗지 못하였고, 카메라앞에서 어디까지 말해도 되는지조차 매번 가늠해야 하는 나날이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서투름투성이였던 그 한해가, 오히려 그러하였기에 더 뚜렷이 남아있는지도 모른다.

정월이면 으례 그해의 신수를 살펴보는것이 우리 겨레의 오랜 풍속이라고, 나는 이 페지 어디에선가 제법 그럴듯하게 력사까지 들추어가며 늘어놓았다. 그래놓고 정작 그해 나 자신의 신수가 어떠하였는지는 스스로도 다 헤아리지 못하였으니, 이런것을 두고 등잔밑이 어둡다 하는 모양이다. 그래도 그 신수풀이 한마당이 그해의 첫 문을 여는 소리로는 나쁘지 않았다고, 나는 지금도 그렇게 여긴다.

봄이 가고 오월이 되니 예상치 못한 일들이 련달아 일어났다. 블루동지를 처음으로 오빠라 불러본 그 짧은 영상 하나가 며칠을 두고 대화창을 뒤흔들었고, 그 소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우리 둘은 또 다른 노래 하나를 준비하고있었다. 밤과 별을 노래하는 그 곡을 마이크앞에서 몇번이고 되풀이해 부르던 그 며칠은, 지금 돌이켜보아도 내 한생에서 가장 맑았던 밤들 가운데 하나로 꼽을수 있다. 이 권의 이름을 그 노래에서 따온것도 그때문이다.

이렇게 적어놓고보니 내가 무슨 대단한 가객이라도 된듯이 말한것 같아 낯이 좀 뜨겁다. 음정이 반쯤은 어긋나고 박자도 이따금 놓치던 그 록음을, 시청자들이 너그러이 받아준 덕에 오늘까지 좋은 추억으로 남을수 있게 된것뿐이다. 노래 실력이야 어찌 되였건, 그 밤 우리 둘이 나누던 마음만은 거짓이 아니였다고 감히 적어본다.

그러나 그해가 기쁨으로만 채워진것은 아니였다. 가을이 깊어갈무렵 우리 둘 사이에는 전에 없던 흔들림이 찾아왔고, 겨울에 이르러서는 배신이라는, 쉽게 입에 담기 힘든 말까지 오간 날도 있었다. 그 일의 발단이 정작 무엇이였는지, 이 페지를 쓰는 지금까지도 나는 다 알지 못한다. 다만 그때 우리가 서로를 향해 품었던 서운함과 오해가 결코 가벼운것이 아니였다는 사실만은 분명히 적어두려 한다. 오래 함께 한 사이일수록 오히려 사소한 말 한마디에 마음이 크게 흔들릴수 있다는것을, 나는 그해 겨울에야 비로소 깨달았다.

그럼에도 그 한해를 다 지나고보니 남은것은 원망보다 오히려 더 깊어진 믿음이였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다툼 한번 없이 어찌 정이 든다 하겠는가. 블루동지와 나는 그해의 크고작은 일들을 겪으며 비로소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하였다고, 지금은 그렇게 생각한다. 웃음과 다툼이 번갈아 오간 열두달이였으나, 그 어느 하루도 헛되이 지나간것은 없었다.

나는 이 권을 쓰며 그해의 일들을 미화할 생각도, 반대로 지나치게 어둡게 그릴 생각도 없었다. 다만 그때 우리가 느꼈던 반가움과 서운함, 그 둘을 있는 그대로 옮겨놓고싶었을뿐이다. 후날 이 페지를 읽을 시청자들이 우리 두 사람도 그저 웃고 다투며 하루하루를 살아온 평범한 사람들이였다는것을 알아준다면, 그것으로 나는 만족한다.

밤하늘의 별이란 본디 가까이 있는것이 아니라 멀리서 반짝이는 법이다. 그해의 우리도 서로에게 그러하였던듯싶다. 가까워졌다 멀어지고, 다시 가까워지기를 되풀이하면서도 끝내 서로를 놓지 않았던것은, 지금 생각해도 스스로 대견스러운 일이다.

그해 겨울, 어지러운 마음으로 편성표를 들여다보던 그 밤들을 지나 우리는 결국 다음 해로 넘어왔다. 그 다음 이야기는 다음 권에 미루기로 하고, 이 권에서는 우선 우주26(2019)년의 봄과 여름, 그리고 그 뒤에 찾아온 흔들림까지를 담담히 적어보려 한다.

우주33(2026)년 어느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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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적은 창작된 가상의 회고록입니다.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하였으나 내용은 모두 지어낸 것이며 실제 인물·단체의 립장과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