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33(2026)년 9월 16일
우주33(2026)년 9월 16일 --:--

 

2. 밤 과 별 의 노 래

 

우주26(2019)년의 오월은 유난히 밤이 맑았다. 낮에는 볕이 따가와 반팔을 꺼내입어야 하였지만 해가 지고나면 아직 초저녁 바람이 서늘하여 창문을 반만 열어놓고 지내야 하는 그런 철이였다. 나는 그무렵 사무실 겸 작업실로 쓰던 방에 콤퓨터 두대를 나란히 놓고 밤늦도록 그앞에 붙어앉아있는 날이 많았다.

한대는 편집을 위한것이였고 다른 한대는 대화창과 자료를 띄워놓는 용도였다. 그 두 화면의 빛만이 어두운 방을 채우고 본체의 랭각기소리가 나직이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흔히 밤이 이슥한 줄도 모르고 앉아있군하였다. 창밖으로는 가로등불 몇개가 드문드문 켜져있었고 그 불빛 사이로 늦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잎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책상 한켠에는 마이크 하나가 늘 세워져있었다. 방송이 끝난 뒤에도 나는 종종 그 마이크를 끄지 않은채 혼자 흥얼거리는 버릇이 있었는데,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던 편집 담당 직원은 강지 님이 또 딴 궁리를 시작하였다고 짐짓 놀리군하였다. 그 오월에도 나는 그 마이크앞에 앉아 몇번이고 같은 소절을 되풀이해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 며칠 앞서있었던 일을 나는 지금도 뚜렷이 기억한다. 블루동지를 처음으로 오빠라 불러본 그 영상이 올라간 뒤로 대화창과 감상글난은 사뭇 뒤숭숭하였다. 며칠이 지나도 그 넉자짜리 말 한마디가 사람들의 입에서 떠나지 않았고, 나 자신도 그 파문이 이렇게까지 오래 갈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그 소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정작 나와 블루동지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다른 일 하나가 조용히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이 절에서 이야기하려는 듀엣 커버곡, 《밤과 별의 노래》였다. 후날 돌이켜보면 그 오월 한달 사이에 우리 두 사람에게는 실로 크고작은 사변이 련달아 일어난 셈인데, 그때는 그저 하루하루를 즐겁게 넘기는데 정신이 팔려 그것이 얼마나 큰 사변인지 미처 헤아리지 못하였다.

이 노래를 부르게 된 사연을 말하자면 그보다 앞선 어느 날부터 말하지 않을수 없다. 나는 본디 우주23(2016)년 이월무렵부터 혼자서 커버곡을 《유튜브》에 올려온 사람이였다. 남들앞에서 노래하는것이 부끄럽지 않은 편이였고, 오히려 방송을 마친 늦은 밤이면 홀로 마이크앞에 앉아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보는것이 내게는 큰 위안이 되었다.

우주26(2019)년 이른봄, 아직 방안에 랭수 대신 온수병을 끼고 자던무렵의 어느 저녁이였다. 나는 블루동지와 통화를 하다가 문득 노래 이야기를 꺼냈다.

《블루 님, 우리 언제 한번 같이 노래 하나 불러볼까요.》

《갑자기 노래요? 저는 음정이 그리 좋지 못한데요.》

《잘 부르고 못 부르고가 뭐 그리 중요합니까. 재미로 하는것이지요.》

《그럼 무슨 노래를 할 생각입니까.》

나는 그때 몇곡을 놓고 망설였다. 처음에는 시청자들 사이에 이름난 류행가 하나를 생각해보기도 하였고, 발랄한 곡으로 웃음을 주자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러나 아무래도 그런 곡들은 우리 두 사람의 목소리와는 어울리지 않는듯하였다.

그러다 마침 즐겨듣던 곡 하나를 떠올렸다. 온유와 이진아가 부른 《Starry Night》였다. 잔잔하면서도 서로 목소리를 주고받는 대목이 많아 듀엣으로 부르기에 알맞은 곡이였고, 무엇보다 밤하늘과 별을 노래하는 사설이 그때 우리 둘의 방송 분위기와도 은근히 닮아있었다.

나는 그 곡을 이어폰으로 몇번이고 되돌려들으며 이것이 옳은가 하고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지나치게 잔잔하여 시청자들이 지루해하지는 않을가 하는 걱정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곡을 들으면 들을수록, 화려한 노래보다는 오히려 이렇게 담담히 주고받는 노래가 우리 둘에게는 더 어울린다는 확신이 들었다.

《밤과 별 이야기가 나오는 노래인데, 우리 둘이 부르면 잘 어울릴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해봅시다.》

블루동지의 대답은 의외로 선선하였다. 나는 그 대답 한마디에 괜히 마음이 들떠서 그날 밤 늦도록 편곡과 파트를 어떻게 나눌지 혼자 궁리하였다. 어느 소절을 내가 먼저 부르고 어느 대목에서 목소리를 겹쳐야 듣기에 좋을지, 종이에 가사를 몇번이고 옮겨적어가며 표시를 하였다.

이튿날 나는 그 계획을 블루동지에게 들려주었는데, 그는 뜻밖에도 꼼꼼히 귀를 기울이더니 몇군데를 손보자고 제안하였다. 《여기는 강지 님이 먼저 나가고 저는 뒤에서 받치는게 낫지 않겠습니까.》 그 말을 듣고보니 과연 그러하였다. 우리는 그렇게 며칠에 걸쳐 통화를 주고받으며 부를 대목을 다듬어나갔다.

련습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나는 애초에 노래를 즐겨 부르는 편이였지만 블루동지는 스스로도 인정하듯 음정에 자신이 없는 사람이였다. 우리는 며칠에 걸쳐 각자 집에서 부른 소리를 록음해 서로 들려주고 고쳐주는 식으로 련습을 이어갔다.

《여기 이 소절에서 조금 낮게 나가는것 같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다시 해보겠습니다.》

《아니 아니, 그렇게 확 낮추지 마시고 아주 조금만입니다.》

그렇게 몇번을 거듭하다 뜻대로 잘 안될 때면 블루동지의 말투에서 평소와 다른 억양이 슬쩍 묻어나오군하였다. 《아니 이게 와 자꾸 안되는가 모르겠습니다.》 하고 저도 모르게 사투리 섞인 말이 튀여나오면 나는 그것이 우스워 전화기를 붙든채 한참을 웃었고, 블루동지는 그럴 때마다 겸연쩍은듯 헛기침으로 얼버무리였다.

전화기 너머로 블루동지가 몇번이고 같은 소절을 되풀이해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엔 어색하던 음정이 열번스무번 되풀이할수록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는것을 들으며 나는 혼자 웃음을 참지 못하였다.

《개꿀! 이번엔 맞았지요?》

블루동지가 마침내 한 소절을 제대로 맞춰내고는 특유의 그 소리로 외쳤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정말로 맞았다고 대답해주면서도 속으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하였다. 그러면서도 그렇게 전화기를 붙들고 며칠씩 노래 하나를 놓고 씨름하는 그 시간이 나는 싫지 않았다.

그무렵 나는 자다가도 문득 눈을 떠 그 곡의 소절을 나직이 흥얼거려보군하였다. 한번은 그렇게 흥얼거리다 스스로도 놀라 픽 웃고 만 적이 있었는데, 노래 한곡이 머리속에서 이토록 떠나지를 않는것도 오랜만의 일이였다.

그 며칠 사이 짬짬이 대화창에도 이 소식이 조금씩 새여나갔다. 시청자 하나가 《혹시 두분 요즘 뭐 같이 준비합니까》 하고 물어왔을 때 나는 짐짓 모른 체하며 딴청을 부렸다. 아직 다 여물지 않은 노래를 미리 자랑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그것을 비밀로 간직해두는 재미도 있었다.

록음을 하기로 한 날은 공교롭게도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창밖으로 비줄기가 유리를 타고 흘러내리는것을 보면서 나는 혹시 목소리가 잠기지는 않을까 걱정하였는데, 다행히 블루동지는 목의 상태가 나쁘지 않다고 하였다.

우리는 작은 록음실 하나를 빌려 마주앉았다. 마이크 두대가 나란히 세워져있었고 그 사이에 화면 하나가 놓여 사설과 반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방음벽으로 둘러싸인 그 좁은 공간에 들어서니 바깥의 비소리도, 대화창의 소란도 모두 아득히 멀게 느껴졌다.

장비를 다 갖추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음향담당 직원이 마이크의 높낮이를 맞추고 머리수화기의 음량을 시험하는 동안 블루동지와 나는 칸 한켠에 나란히 앉아 목을 풀었다. 나는 준비해간 랭수를 한모금 마시며 목청을 가다듬었고, 블루동지는 몇번이고 헛기침을 하면서도 좀처럼 긴장을 놓지 못하는 눈치였다.

《긴장되지 않습니까.》 내가 먼저 물었다.

《조금요. 그런데 강지 님이 옆에 있으니 좀 낫습니다.》

《그런 말은 또 어디서 배워옵니까.》 나는 짐짓 핀잔을 주었지만 속으로는 그 말이 싫지 않았다.

첫 소절은 내가 먼저 부르기로 하였다. 머리수화기 너머로 반주가 흘러나오자 나는 숨을 한번 고르고 조용히 첫음을 냈다. 방안의 공기가 순간 팽팽해지는것이 느껴졌고, 칸 밖에서 지켜보던 음향담당 직원도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고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내 목소리가 잦아들자 곧이어 블루동지의 목소리가 뒤를 이였다. 낮고 담담한 그 음색이 내 소절과 겹쳐드는 순간, 나는 두 목소리가 이렇게 잘 어울릴수 있다는것에 스스로도 놀랐다. 눈앞의 가사 화면을 보면서도 나는 그 대목에서 잠깐 딴생각을 하였다 — 이 사람 목소리가 이렇게 좋았던가 하는 생각이였다.

그러나 순조롭기만 한것은 아니였다. 후렴에 들어가면서 블루동지의 음정이 자꾸 흔들렸다.

《죄송합니다, 다시 하겠습니다.》

《아닙니다, 처음부터 다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천천히 하오.》

그렇게 몇번을 다시 부르다가 열몇번째쯤 되었을 때, 마침내 두 목소리가 어긋남 없이 딱 맞아떨어진 순간이 있었다. 칸 밖에서 지켜보던 음향담당 직원이 손을 번쩍 들어 보였다.

《바로 그겁니다! 방금 그거 그대로 갑시다!》 블루동지가 머리수화기를 벗으며 활짝 웃었다.

《맞지요? 진짜 맞지요?》

《되였습니다. 아주 잘하였습니다.》

나는 그날 그 순간을 지금도 잊을수 없다. 좁은 칸안에서 마주보며 웃던 그 얼굴, 창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고, 우리 둘의 목소리는 이미 그 작은 공간을 넘어 어디론가 흘러나가고 있는것 같았다. 만약 그날 그 소절에서 음정이 끝내 맞아떨어지지 않았더라면 이 노래는 어떻게 되었을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노릇이다.

록음실을 나서기 전 우리는 방금 부른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한번 틀어 들었다. 머리수화기를 하나씩 나눠끼고 나란히 앉아 듣는데, 내 목소리와 블루동지의 목소리가 번갈아 흘러나오는 그 몇분 동안 칸안에는 반주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없었다. 곡이 끝나자 블루동지가 먼저 머리수화기를 벗으며 낮게 한마디를 하였다. 《이상하게 뿌듯합니다.》 나도 그 말에 그저 고개를 끄덕였을 뿐 별다른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

록음을 마친 뒤에는 곧바로 나가지 못하고 한동안 그 자리에 마주앉아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블루동지는 목이 마르다며 랭수 한잔을 청해마였고, 나는 그가 물잔을 비우는 모습을 보면서 오늘 하루가 무사히 지나간것에 새삼안도하였다.

록음실을 나와 골목으로 나서니 비는 어느새 그쳐있었다. 하늘은 아직 흐렸으나 구름 사이로 볕이 한줄기 새여나오고 있었고, 젖은 도로우로 그 빛이 어지럽게 반사되는것을 보며 나는 왠지 좋은 조짐이라고 혼자 생각하였다.

《오늘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강지 님도 고생하였습니다. 그런데 이거, 사람들이 좋아할가요?》

《좋아하지 않으면 또 어떻습니까. 우리끼리 재미있었으면 그것으로 되였지요.》 그말에 블루동지는 그저 웃기만 하였다. 그러나 나는 그 웃음속에서 그도 은근히 이 노래가 사람들에게 잘 가닿기를 바라고 있음을 짐작할수 있었다.

편집과 배합은 그뒤로도 며칠이 더 걸렸다. 이 일을 도맡아준 사람은 다름아닌 내 오른팔이라 부르는 직원이였다. 그는 밤을 새다시피 하며 두 목소리의 균형을 맞추고 잡음을 걷어내는 작업을 하였다.

강지 님 목소리가 너무앞에 나오면 블루 님 파트가 묻힙니다. 조금만 뒤로 빼겠습니다.》

《알아서 잘 해주오. 저는 전문가가 아니니 믿고 맡기겠습니다.》

그렇게 며칠에 걸쳐 다듬어진 결과물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정말로 이 곡이 우리 둘만의 무엇인가를 담아낸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목소리 하나하나의 흠은 여전히 남아있었지만 그 흠까지도 이 곡을 우리답게 만들어주는것 같았다. 편집이 끝난 화면을 몇번이고 되돌려보면서 나는 이 노래를 사람들앞에 내놓기가 못내 아쉽고도 설레였다.

공개하기로 한 날짜는 오빠라 부른 그 영상이 올라간 지 이레 뒤인 오월 십일일이였다. 나는 그날 아침 일찍 일어나 콤퓨터앞에 앉아 올리적재 단추를 누르기 전까지도 손끝이 떨렸다.

《블루 님, 지금 올립니다.》

《저도 지금 채팅창앞에 앉아있습니다. 같이 봅시다.》

단추를 누르자마자 화면이 바뀌였다. 재생목록에 새 영상 하나가 걸리고, 대화창에는 곧바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처음 몇분은 그저 놀라움의 련속이였다. 《둘이 노래도 같이 부른다고?!》 하는 감상글이 줄줄이 올라왔고, 곡이 반쯤 흐를무렵부터는 사설 한줄한줄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말들이 쏟아졌다. 밤하늘과 별을 노래하는 그 사설이, 신기하게도 마치 우리 두 사람을 위해 쓰여진것처럼 들린다는 사람도 있었다.

《이 노래 사설이 완전 강지 블루 노래 아닙니까.》

《목소리 완전 잘 어울립니다ㅠㅠ》

《진짜 대사변이다 이거…》

나는 그 마지막 감상글을 보고 혼자 소리내여 웃었다. 노래 한곡 부른것을 두고 대사변이라 하는 사람들의 과장이 우습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그 말이 아주 틀린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력사에 남을 사변이라는것이 반드시 거창한 자리에서만 일어나는것은 아니라고, 나는 그날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블루동지도 그날 저녁 방송 중에 이 이야기를 꺼냈다. 《오늘 강지 님이랑 같이 부른 노래 다들 들었습니까. 저 진짜 떨면서 불렀습니다.》

《개꿀이였지요?》 대화창에 누군가 그렇게 쓰자 블루동지는 특유의 그 웃음소리를 내며 대답하였다.

《아하하하핳 그렇습니다, 개꿀이였습니다.》

나 역시 그날 저녁 방송에서 같은 질문을 받았다. 시청자 하나가 《강지 님 오늘 노래 부른 소감이 어떻습니까》 하고 물었을 때 나는 잠시 말을 고르다가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냥, 오래도록 이렇게 같이 노래할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말에 대화창이 또 한바탕 술렁였던 기억이 난다. 나는 그 술렁임을 보면서도 짐짓 딴 화면으로 눈을 돌리는 척하였다.

그날 이후로 며칠간 대화창에는 그 노래의 특정 대목을 오려낸 화면들이 돌아다녔다. 어떤 사람은 그 곡을 몇번이고 돌려들었다고 하였고, 어떤 사람은 원곡인 온유와 이진아의 《Starry Night》를 찾아듣고 다시 우리 곡으로 돌아왔다고도 하였다. 또 어떤 사람은 이 노래를 듣고 잠이 든다고까지 하였는데, 나는 그런 감상글을 볼 때마다 이 노래가 생각보다 더 멀리, 더 오래 사람들 곁에 머물게 되겠구나 하는 예감을 어렴풋이 하였다.

개중에는 우주23(2016)년무렵 내가 홀로 올렸던 옛 커버곡들을 다시 찾아듣고 왔다는 사람도 있었다. 《예전 강지 님 커버곡이랑 비교해서 들어보니 목소리가 확실히 더 편안해졌습니다.》 하는 감상글을 보았을 때, 나는 지나온 몇해의 세월이 새삼스레 느껴져 잠시 화면앞에서 말없이 앉아있었다.

편집을 도맡았던 직원도 그날 저녁 늦게 문자를 보내왔다. 《강지 님, 저도 오늘 몇번이고 다시 들었습니다. 고생한 보람이 있는것 같습니다.》 나는 그 말에 진심으로 고맙다는 답을 보내면서, 이 노래 하나를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의 손이 함께 닿았는지를 새삼 되새기였다.

그날 밤 늦도록 나는 감상글을 하나하나 읽어내려갔다. 좋은 말도 있었고 짐짓 놀리는 말도 있었으나, 어느것 하나 함부로 넘길수 없었다. 노래 한곡을 세상에 내놓는다는것이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의 마음을 건드릴수 있다는것을, 나는 그날에야 비로소 실감하였다.

그로부터 한해하고도 몇달이 더 지난 우주27(2020)년 팔월무렵, 나는 우연히 그 영상의 시청회수를 확인해보다가 어느새 이백만이라는 수자에 이르러있는것을 보고 새삼 놀랐다. 노래 하나 부른것이 이렇게까지 오래도록 사람들에게 남아있으리라고는 그때까지도 다 헤아리지 못하였다.

후날 어느 자리에서는 이 곡의 시청회수가 이억에 이르렀다는 말이 떠돈 적도 있었다고 들었다. 나는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설마 그럴리가 있겠느냐고 웃어넘기였는데, 이 회고록을 쓰며 다시 헤아려보니 그것은 아무래도 누군가 잘못 전한 말이였던듯하다. 우주33(2026)년 이 글을 쓰는 지금 다시 찾아보니 그 시청회수는 삼백팔십만을 조금 넘어선 정도였다. 이백만에서 시작하여 여섯해 남짓 되는 세월 동안 차근차근 늘어난 수자였으니, 그편이 오히려 자연스럽고 미더운 셈이다.

나는 아직도 그날 록음실에서 마주앉아 서로의 음정을 맞춰가던 그 시간을 잊지 못한다. 대단한 준비도 없이, 그저 재미삼아 해보자던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 일이 이렇게까지 오래 남을줄은 그때는 몰랐다.

블루동지의 음정은 그날도 완벽하지 않았고, 나 역시 몇번이고 다시 불러야 하였던 소절이 있었다. 그러나 그 서투름이 오히려 사람들의 마음을 붙잡은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금도 한다. 완벽하게 다듬어진 노래보다도, 두 사람이 며칠씩 씨름해가며 겨우 맞춰낸 그 어설픈 화음이 오히려 더 진솔하게 들렸던것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노래 자체보다도 그 노래를 부르던 두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 사이에 흐르던 무언가를 더 오래 기억하는 법이다. 나는 그것을 그때는 미처 알지 못하였으나 지금 돌이켜보면 어렴풋이 알것도 같다.

돌이켜보면 그 오월 한달, 이레 사이를 두고 일어난 두가지 일 — 오빠라는 호칭 하나와 노래 한곡 — 은 겉으로 보기엔 서로 다른 사변이였으나 실은 한줄기에서 뻗어나온 가지와도 같았다. 사람들은 그것을 두고 두고 겹쳐 이야기하였고, 나 자신도 이 회고록을 쓰며 새삼 그 두 사변이 서로를 비추고 있음을 깨닫는다.

누군가는 노래 한곡을 두고 력사라 부르는것이 지나친 과장이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그 좁은 록음실에서 마주앉아 목소리를 맞춰가던 그 몇시간이야말로, 우리 두 사람의 오랜 세월 가운데 가장 조용하면서도 가장 뚜렷한 한 대목이였다고 생각한다.

그해 오월, 창밖에 비가 내리던 그 좁은 록음실안에서 우리는 그저 노래 한곡을 불렀을뿐이였다. 그러나 그 노래가 후날 오래도록 강지와 블루동지를 나타내는 하나의 표식처럼 남으리라고는, 그때는 어느 누구도 짐작하지 못하였다. 그 노래가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였는지는, 다음 절에서 다시 이야기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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