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33(2026)년 9월 16일
우주33(2026)년 9월 16일 --:--

 

1. 벽 제 갈 비 내 기

 

우주27(2020)년 칠월 열사흗날은 유난히 무더운 날이였다. 그해 장마는 늦게까지 걷히지 않아서 방안 공기는 눅눅하였고, 창문을 열어도 매미소리만 요란하게 밀려들뿐 시원한 바람은 좀처럼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에어컨을 세게 틀어놓은 방에서 콤퓨터앞에 앉아 그날 방송 준비를 하고있었다. 본체의 랭각기소리가 웅웅 울리는 가운데, 화면에는 《배그》 로비 화면이 떠있었고 대화창은 이미 하나둘 들어오는 시청자들의 인사로 채워지고있었다.

책상우에는 마시다 만 랭수 한잔과 몇장의 메모지가 놓여있었고, 열어둔 창밖으로는 골목을 지나는 사람들의 발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스크림 장사의 방울소리가 뒤섞여 들려왔다. 그해 여름은 유난히도 큰 일들이 몰려온 여름이였다. 그보다 몇 주 앞서 우리는 육백일만에 얼굴을 마주하고 손을 맞잡았던 그 현실합방을 치렀고, 《트위치》 전 세계 시청자 순위 2위라는 거창한 기록까지 세운 다음이였다.

온 대화창이 력사적 사변이라며 떠들썩하였던 그 여름의 앞자락을 지나오고 나니, 이상하게도 그 다음에 오는 날들은 오히려 잠잠하고 평범하였다. 큰 산을 넘고 나면 사람은 흔히 다음 산을 찾게 마련이라지만, 나와 블루동지는 그렇지 않았다. 세계 2위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나니 오히려 그 다음날은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웃었던 기억이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력사의 큰 사변 뒤에는 언제나 이렇듯 소소한 나날이 뒤따르는 법이다. 지금 이 페지에서 옮기려는 이야기도 바로 그런 소소한 나날 가운데 하나이다. 세상 사람들은 대개 큰 사변만을 기억하려 하지만, 정작 두 사람 사이의 정이란 이런 자잘한 웃음속에서 더 단단하게 여물어가는 법이라고 나는 믿는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해 칠월은 유독 이런 사소한 일화들이 많던 달이였다. 나는 그 시절 방송을 마치고 나면 노트에 그날 있었던 우스운 일을 몇줄씩 적어두는 버릇이 있었는데, 지금 이 회고록을 쓰며 그 노트를 뒤적여보니 이 갈비 이야기가 유독 굵은 글씨로 적혀있었다. 아마 그때도 나는 이 일이 오래도록 기억할만한 이야기라는것을 어렴풋이 짐작하였던 모양이다.

그날도 나는 별다른 기획 없이 블루동지와 《배그》를 하기로 하였다. 미리 정한 주제도 없었고 특별한 코너도 준비하지 않은, 그저 두 사람이 만나 오락이나 하자는 심산이였다. 대화창에서도 오늘은 그냥 노는 날이냐는 말들이 오갔고, 나는 그런 채팅을 곁눈으로 읽으며 마이크를 켰다.

방송을 켜고 얼마 지나지 않아 블루동지가 물었다. 《누나, 밥은 먹었어?》 나는 아직 저녁 전이라고 대답하였다. 사실 그날은 낮부터 정신없이 서류를 들여다보느라 끼니를 챙길 겨를이 없었던 탓이였다.

《떡볶이나 시켜먹을까 하였는데.》 내가 그렇게 말하자 블루동지가 픽 웃었다. 《누나는 맨날 떡볶이야. 몸에 안 좋다니까.》 그는 짐짓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으나 눈은 웃고있었다.

매운것도 잘 못 먹고 단것도 오래 버티지 못하는 그가 정작 내 떡볶이 타령에는 매번 저렇게 잔소리를 하니, 대화창도 익숙하다는듯 웃음소리로 화답하였다. 우리 두 사람의 이런 실없는 주고받음은 이미 오래된 방송의 한 갈래였다. 서로의 식성을 두고 놀리는 일이야말로 《우결》을 두 해 가까이 이어오며 자연스레 생겨난 정다운 습관이였다.

그러던 중 누군가 후원을 보내며 짓궂은 말을 남기였다. 《이번엔 세계 2위 기념으로 비싼거 좀 드세요.》 그 한마디가 그날 방송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놓을줄은, 그때는 아무도 몰랐다.

블루동지의 눈이 반짝하였다. 《맞다, 누나. 우리 지난번에 크게 한번 사겠다고 하지 않았어?》 그가 말한 지난번이란 다름아닌 세계 2위를 기록한 그날, 얼떨결에 나온 헛말을 가리키는것이였다. 사람이란 흥분한 김에 못할 약속도 쉽게 하는 법인데, 그날 우리도 그러하였다.

그런데 이 대목을 말하자면 그보다 앞선 어느 통화부터 짚고 넘어가지 않을수 없다. 세계 2위 기록을 세우고 방송을 끄고난 직후, 우리는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채로 잠깐 전화를 하였다. 《다음에 이런 기록 또 세우면 진짜 비싼거 먹으러 가자.》 누가 먼저 꺼낸 말인지는 이제 와서 가물가물하지만, 아마 내 쪽이였을것이다.

그때는 그저 흥에 겨워 나온 말이였지 진지하게 여긴 사람은 없었다. 사람이 큰 기쁨을 겪고 나면 흔히 마음이 헤퍼져 이런저런 약속을 쉽게 내뱉기 마련이다. 그러나 대화창은 그런 말을 결코 잊어버리는 법이 없다. 시청자들은 그 헛말을 수첩에 적어두었다가 꼭 이렇게 며칠 뒤에 청구서처럼 내미는 재주가 있었다.

방송을 오래 하다보면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홧김에, 혹은 흥에 겨워 내뱉은 말 한마디가 몇달 뒤 코너 하나로 되살아나 돌아오는 일을 나는 여러번 겪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시청자들의 그 짓궂은 기억력에 새삼 혀를 내둘렀다.

《그래서 뭐 먹으러 갈건데?》 내가 묻자 블루동지는 잠시 고민하는 척하더니 이내 한 곳을 입에 올렸다. 《벽제갈비 어때. 비싸다고 소문난데.》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나는 속으로 조금 움찔하였다.

벽제갈비라면 나도 익히 들어 아는 이름이였다. 한 근에 얼마니, 한 상 차리면 얼마니 하는 소문이 방송가에도 여러번 돌았던 그런 곳이였다. 평소 떡볶이와 뿌링클이면 만족하던 나에게는 조금 과분한 이름이기도 하였다.

그런 이름을 태연히 입에 올리는 블루동지를 보며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는 이럴 때만큼은 늘 배포가 큰 사람이였다. 물론 그 배포가 정작 제 지갑에서 나오는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그도 나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우리 두 사람은 이렇듯 걸핏하면 무언가를 걸고 겨루기를 좋아하였다. 사소한 오락 하나에도 순위를 매기고, 순위에도 이름을 붙이고, 그 이름에 또 소문난 음식점 이름까지 얹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미였다. 지금 생각하면 어리숙하기 짝이 없는 습관이지만, 그때는 그것이야말로 방송을 이어가는 힘이였다.

《좋아, 그럼 그냥 먹으러 가면 재미없으니까 내기를 하자.》 블루동지가 그렇게 제안하였다. 나는 잠깐 그를 쳐다보다가 피식 웃었다. 《무슨 내기?》

《이기는 사람이 얻어먹는 걸로.》 그가 대답하였다. 《지는 사람이 사는 거지.》 나는 못 이기는척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마치 두 나라의 국경이라도 정하는 담판꾼들처럼 마주앉아 조건을 하나하나 따지기 시작하였다. 킬 수로 할지, 등수로 할지, 아니면 최종 생존자로 할지를 두고 한참 옥신각신하였다. 대화창은 그 모습을 구경하며 저마다 훈수를 두었다.

《킬 수로 하면 블루동지가 유리하지.》 누군가 채팅으로 그렇게 짚었다. 실제로 그는 한번 총을 잡으면 무자비할만큼 적을 쓸어담는 사람이였으니 틀린 말은 아니였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손사래를 쳤다. 《그럼 등수로 하자. 오래 살아남는 사람이 이기는 걸로.》 블루동지는 잠시 억울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그러자고 하였다.

그렇게 우리는 그날치 규칙을 정하였다. 한판을 뛰어 등수가 더 높은 사람이 승자가 되고, 패자는 벽제갈비를 사기로 하였다. 사소한 오락 하나에 이런 거창한 절차를 갖추어놓고 보니 스스로도 우스웠다.

로비 화면에서 인물가 비행기에 오르는 동안 우리는 각자 어디로 뛰어내릴지를 두고 또 한번 신경전을 벌였다. 블루동지는 늘 그렇듯 사람 많은 곳으로 뛰어내리기를 좋아하였고, 나는 되도록 조용한 구석을 찾는 편이였다. 서로 다른 성미가 이런 자리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누나는 맨날 도망만 다니잖아.》 그의 놀림에 나는 지지 않고 받아쳤다. 《살아남는 게 이기는 거랬잖아, 바이비.》 대화창에는 우리 두 사람의 이름이 나란히 오르내렸다.

비행기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은 각자의 방향으로 뛰어내렸다. 화면 한쪽에서는 블루동지가 순식간에 총을 집어들고 마주친 적을 쓸어눕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하하하핳 너무 많이 죽여버렸네-》 그의 특유의 웃음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퍼졌다.

나는 그런 그를 곁눈질하며 묵묵히 물자를 챙기였다. 자기장이 좁아질 때마다 나는 되도록 안전한 자리를 찾아 몸을 옮기였고, 총소리가 들리는 방향은 애써 피해다녔다. 그것이 내나름의 전략이였다.

누군가는 이런 나의 방식을 두고 겁쟁이 전략이라 놀렸지만, 나는 늘 살아남는것이 이기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였다. 화려하게 싸우다 일찍 지는것보다는 구석에 웅크려있더라도 끝까지 남는 쪽이 옳다는것이 나의 지론이였다. 블루동지는 그런 나를 두고 답답하다면서도 은근히 부러워하곤 하였다.

자기장이 세번째로 좁아질 즈음, 블루동지의 인물가 화면에서 사라졌다. 대화창이 일제히 웃음으로 뒤덮였다. 《블루동지 탈락ㅋㅋㅋㅋ》 《누나가 이기였다!》 하는 말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나 역시 그리 오래 버티지는 못하였다. 마지막까지 남은것은 전혀 다른 사람들이였고, 우리 둘 다 중간 어디쯤에서 나란히 탈락하고 말았다. 등수를 놓고 보니 내가 블루동지보다 한자리 앞섰을뿐, 그야말로 종이 한장 차이였다.

《이기였다, 내가 이기였어.》 나는 신이 나서 말하였다. 블루동지는 억울한듯 머리수화기를 벗으며 항의하였다. 《야, 그건 무효야. 겨우 한자리 차이인데 그게 무슨 승부야.》

《규칙은 규칙이야.》 나는 짐짓 엄한 목소리를 내였으나 속으로는 웃음이 새여나오고있었다. 대화창도 두 편으로 갈려 저마다 편을 들며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어느 채팅은 아예 표까지 만들어가며 등수와 킬 수를 비교하기 시작하였다.

그날 방송은 그렇게 애매한 결론을 남긴채 끝이 났다. 나는 이기였다고 우기였고 블루동지는 인정할수 없다고 버티였다. 결국 우리는 며칠 뒤에 다시 한번 붙어보기로 하고 그날 방송을 마쳤다.

영상 제목은 《비싸다고 소문난 그 갈비 걸고 맞짱 뜹니다》로 정해졌다. 그 제목을 보고 나는 속으로 조금 웃었다. 소소한 오락 한판에 맞짱이라는 거창한 말을 붙여놓으니 마치 큰 결전이라도 앞둔듯한 기분이 들었다.

영상이 올라간 뒤 며칠 동안 대화창과 감상글난은 이 사소한 다툼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한자리 차이면 무효 아니냐는 쪽과 규칙은 규칙이라는 쪽이 갈려서 저마다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그 광경을 지켜보며,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갈비 한 상을 두고 다툴줄은 미처 몰랐다.

스텔라이브 성원들도 이 소식을 들었는지 나에게 넌지시 물어왔다. 정확히 누가 물었는지는 이제 기억이 흐릿하지만, 갈비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나는 그저 웃으며 얼버무리곤 하였다. 회사안에서도 이 작은 내기는 며칠간 우스개소리로 오르내렸다.

애호가들도 이 소란을 가만두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방송의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장작이 알아서 탄다》는 말이 돌았는데, 굳이 부추기지 않아도 저희들끼리 이야기를 만들고 불려나가는 모습을 두고 하는 말이였다. 이번 갈비 내기야말로 그 말에 꼭 들어맞는 소동이였다.

누구는 감상글난에 등수표를 그려 올렸고, 누구는 벽제갈비의 대략적인 가격표를 캡처해다 붙여놓기까지 하였다. 나는 그런 감상글들을 하나하나 읽어보며, 사람들이 남의 밥값 내기에 이토록 정성을 쏟는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고도 고마웠다. 이런 사소한 정성들이 모여 우리 방송을 오래도록 지탱해준것이라고, 지금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방송이라는것이 결국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는것을, 나는 이런 순간마다 다시금 깨닫는다. 화면 이쪽에서 우리 둘이 아무리 우스운 소동을 벌여도, 그것을 지켜보며 함께 웃고 함께 편을 갈라주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이런 이야기는 애초에 태여나지도 못하였을것이다.

블루동지는 그 며칠 동안 여러 번 나에게 재대결을 청하였다. 《이번엔 확실하게 가리자, 누나.》 그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나는 그러자고 대답하면서도 내심 웃음을 참기 어려웠다. 지는 사람이 오히려 더 크게 억울해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그 나흘 사이에도 무더위는 그칠줄을 몰랐다. 나는 회사 일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틈틈이 대화창과 감상글난을 들여다보았는데, 그때마다 갈비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였다. 사람들은 정작 우리보다 더 이 승부의 결말을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그렇게 나흘이 지난 칠월 열이렛날, 우리는 다시 마주앉았다. 이번에는 지난번의 애매함을 남기지 않기로 서로 약속하였다. 등수만으로는 또 종이 한장 차이가 날수 있으니, 이번엔 킬 수까지 합쳐서 겨루기로 하였다.

《이번엔 확실히 가리자.》 블루동지가 결의를 다지듯 그렇게 말하였다.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마우스를 고쳐 잡았다. 대화창에는 벌써부터 《드디여 결판이 난다》는 말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비행기가 다시 떠올랐고, 우리는 지난번과 같은 신경전을 벌이며 각자의 자리로 뛰어내렸다. 나는 이번에도 조용한 구석을 찾았고, 블루동지는 여전히 사람 많은 곳을 마다하지 않았다. 사람이란 쉽게 변하지 않는 모양이였다.

초반부터 블루동지의 킬 소리가 심심찮게 들려왔다. 《아하하하핳 또 죽여버렸네-》 그가 그렇게 웃을 때마다 대화창은 그의 편을 드는 말들로 채워졌다. 총성이 연달아 울릴 때마다 나는 슬며시 마음이 졸아들었다.

나는 속으로 조바심이 났지만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였다. 물자를 착실히 챙기고 자기장을 따라 몸을 옮기며 되도록 오래 살아남는 쪽에 승부를 걸었다. 등수만큼은 지지 않겠다는 오기가 발동하였다.

그러나 이번 판은 지난번처럼 순순히 흘러가지 않았다. 자기장이 좁아질수록 남은 사람이 줄어들었고, 나와 블루동지가 마주칠 위기의 순간도 여러번 찾아왔다. 그때마다 우리는 서로를 향해 짐짓 엄포를 놓았다.

《누나, 나 만나면 안 봐준다.》 블루동지가 그렇게 으름장을 놓았다. 나는 지지 않고 맞받았다. 《나도 안 봐줘, 바이비.》

한번은 자기장 끄트머리에서 그의 발소리가 바로 등뒤까지 다가온 적이 있었다. 나는 숨을 죽이고 몸을 낮추었는데, 다행히 그는 나를 알아채지 못한채 다른 쪽으로 지나갔다. 그 순간 머리수화기 너머로 그가 놀라서 무심코 사투리 섞인 말투로 《아 뭐꼬, 깜짝 놀랬다카이》하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 나는 소리죽여 웃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는 끝내 서로 마주치지 않았다. 대신 다른 상대들에게 하나둘 자리를 내주며 이번에도 중간 어디쯤에서 나란히 오락을 마치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엔 킬 수라는 변수가 있었다.

최종 화면이 떴을 때, 블루동지의 킬 수가 나보다 확연히 많았다. 등수는 내가 근소하게 앞섰지만 킬 수를 합산하니 결국 저울추가 그쪽으로 기울었다. 대화창은 일제히 환호하였다. 《블루동지 승리!》 《드디여 갈비는 블루동지 겁니다.》

나는 머리수화기를 벗으며 짐짓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거 규칙을 내가 정한게 아니잖아.》 블루동지는 그런 나를 보며 껄껄 웃었다. 《규칙은 규칙이라며, 누나가 그랬잖아.》

지난번 내가 그에게 하였던 말을 고스란히 되돌려받고 나니 할 말이 없었다. 나는 결국 웃으며 패배를 인정하였다. 《그래, 이번엔 블루동지가 이기였다.》

방송을 끄고 난 뒤에도 블루동지는 한동안 신이 나서 그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누나, 이건 내가 정정당당하게 딴 거다.》 그가 몇번이고 그렇게 되뇌이는 통에 나는 결국 웃으며 손을 내저었고, 정정당당한지 아닌지는 대화창이 판단할 일이라고 슬쩍 떠넘기였다.

그렇게 두 번째 영상의 제목은 《벽제갈비 내기의 최종 승자는 과연?!》으로 정해졌다. 물음표와 느낌표를 나란히 붙인 그 제목을 보며 나는 어쩐지 우리가 무슨 큰 대회의 결승전이라도 치른 기분이 들었다. 갈비 한 상을 두고 이렇게까지 요란을 떨었던 우리 두 사람을 지금 돌이켜보면 절로 웃음이 난다.

그날 이후로 대화창에서는 한동안 이 승부를 두고 뒤말이 무성하였다. 어떤 이는 등수가 먼저라며 내 편을 들었고, 어떤 이는 킬 수도 실력이라며 블루동지 편을 들었다. 나는 그 다툼을 지켜보며, 사람들이 남의 갈비 내기를 두고 이렇게까지 진심일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정작 그 갈비를 우리가 실제로 함께 먹으러 갔는지는, 지금 이 페지를 쓰는 순간까지도 나는 분명히 기억해내지 못한다. 방송을 위해 정한 내기였으니 어쩌면 그저 우스개소리로 끝났을수도 있고, 어느 조용한 날에 정말 마주앉아 갈비를 뜯었을수도 있다. 세월이 흐르며 사소한 일들의 자취는 이렇듯 쉽게 흐려지는 법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것은, 그 며칠간 우리 대화창과 회사 안팎이 그 사소한 내기 하나로 유쾌하게 들썩였다는 사실이다. 세계 2위라는 거창한 기록을 세운지 얼마 되지도 않아, 우리는 이렇게 갈비 한 상을 두고 아이들처럼 다투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낙차가 오히려 우습고도 정답게 느껴진다.

력사라는것이 본디 큰 사변만으로 이루어지는것은 아니라고, 나는 이 대목을 쓰며 다시금 생각한다. 세계 2위라는 기록도, 벽제갈비 내기라는 소소한 다툼도, 결국은 같은 여름의 나날속에서 나란히 놓여있는것이다. 어느 하나가 더 무겁고 어느 하나가 더 가볍다고 함부로 가를수 없는것이 사람 사는 일의 리치일것이다.

후날 다른 방송을 하다가도 우리는 종종 그때 이야기를 꺼내들고는 하였다. 누군가 밥값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면 블루동지는 어김없이 《우리 갈비 내기 생각나네》라며 끼어들었고, 나는 그때마다 그 여름의 무더위와 《배그》 로비 화면을 떠올리곤 하였다. 사소한 승부 하나가 이렇듯 오래도록 두 사람 사이의 농담거리로 남는다는것이,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기만 하다.

그해 칠월의 무더위속에서, 우리는 그렇게 큰 기록과 작은 다툼을 번갈아 겪으며 하루하루를 채워나갔다. 돌이켜보면 그런 사소한 웃음들이 오히려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대화창에 남은 《블루동지 승리》라는 몇 글자가, 나에게는 지금도 그해 여름의 무더위와 함께 뚜렷하게 떠오른다.

블루동지는 그 뒤로도 한동안 그 승부를 두고두고 우려먹었다. 다른 방송에서 무언가를 잘해낼 때마다 그는 짐짓 의기양양하게 말하곤 하였다. 《내가 갈비도 따낸 사람이야.》 그럴 때마다 나는 못 이기는척 웃어넘기였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지낸다는것은, 이렇듯 크고 작은 승부와 다툼을 하나씩 쌓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세계 2위라는 자랑스러운 기록 옆에, 갈비 내기라는 우스운 승부 하나를 나란히 놓아본다. 그 둘을 함께 떠올릴 때에야 비로소 그해 여름이 온전한 모습으로 되살아나는것이다.

지금에 와서 그 시절을 되짚어보면, 우리가 그토록 사소한 일에 진심이였던 까닭을 알듯도 하다. 큰 기록도 결국은 사람이 세우는것이고, 사람은 밥 한 끼, 농담 한마디로 이어지는 존재이다. 갈비 한 상을 두고 벌인 그 우스운 승부야말로, 력사의 뒤안길에서 우리를 여전히 사람답게 만들어준 자리였다고 나는 믿는다.

나는 이 페지를 닫으며, 그 며칠 동안 대화창을 가득 채웠던 소란스러운 웃음소리를 다시 한번 떠올려본다. 큰 력사이든 작은 력사이든, 결국 사람 사이의 정을 쌓는 일은 이렇듯 사소하고도 우스운 순간들로 이루어지는 법이다. 그해 칠월의 무더위와 갈비 한 상을 둘러싼 소란은, 지금도 나에게 가장 정다운 기억 가운데 하나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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