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33(2026)년 9월 16일
우주33(2026)년 9월 16일 --:--

 

1. 악 녀 와 단 즈

 

우주28(2021)년 십일월에 접어들면서부터 방송실 창밖의 공기는 부쩍 차가와졌다. 거리의 은행나무 잎들은 노랗게 물들었다가 하나둘 떨어져내리고있었고, 저녁이면 성에가 낀듯 뿌옇게 흐려진 창유리 너머로 가로등불이 하나둘 켜지는것이 보이였다. 나는 그무렵에도 여전히 콤퓨터앞에 홀로 앉아 얼굴 없는 그림 하나에 표정을 실어 방송을 이어가고있었다. 랭각기소리만이 방안을 채우는 밤이면, 그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리군하였다.

앞장에 이미 적었듯이, 그림으로 서기로 한 뒤의 나날은 혼자라는 무게를 새삼 깨닫게 하는 시간이였다. 카메라앞에 몸을 내놓던 시절에는 곁에 누가 있든 없든 어쨌든 나 하나로 방송이 되였으나, 이제는 그림을 다듬어줄 손, 목소리를 받쳐줄 손, 그리고 무엇보다 이 낯선 형식을 함께 상의할 사람이 아쉬운 나날이였다. 그 아쉬움을 나는 며칠이고 혼자 삭이고만 있었다.

그무렵 나는 밤마다 콤퓨터앞에 앉아 바다건너의 방송들을 찾아보는것이 새로운 버릇이 되여있었다. 낯선 말로 오가는 대화창과, 낯선 그림들이 화면우를 채우는것을 보면서 나는 묘한 부러움과 조바심을 동시에 느꼈다. 저 물결을 우리도 한번 타볼수 있지 않을가 하는 생각이, 그 밤들 사이에서 조금씩 여물어갔다.

그러던 어느 결에 그 아쉬움을 채워줄 얼굴 둘이 나타났다. 하나는 오래전부터 나와 친남매처럼 지내온 악녀였고, 다른 하나는 그무렵 새로 가까와진 단즈라는 사람이였다. 둘 다 나와 같이 《트위치》라는 마당에서 방송을 해오던 이들이였으니, 서로 말이 통하지 않을 리 없었다.

악녀와는 《우결》을 진행하던 시절부터 알고지낸 사이였다. 그때 나는 블루동지앞에서만은 유난히 말을 곱게 쓰고 목소리를 가다듬는 버릇이 있었는데, 악녀는 그 낙차를 볼때마다 저한테도 그렇게 좀 다정하게 말해달라고 놀리듯 청하고는 하였다. 나는 그 청을 들을 때마다 그럼 너도 나랑 《우결》이라도 할테냐 하고 되받아치고는 하였다.

악녀는 그 말에 질색을 하면서도 이내 같이 웃어넘기는 사람이였다. 그런 성정이였으므로 우리 둘 사이에는 무슨 일을 도모하든 체면치레가 끼여들 자리가 없었다. 단즈는 그에 비하면 아직 서로를 다 알아가는 사이였으나, 침착하게 말을 고르는 버릇이 있어서 나와 악녀가 티격태격할 때마다 곧잘 그 사이에서 저울추노릇을 하였다.

그해 가을 들어 우리 셋이 나누던 이야기의 중심에는 늘 한가지 화제가 놓여있었다. 가상이라는 이름으로 그림을 얼굴삼아 방송하는 이들이 바다건너에서 이미 큰 물결을 이루고있다는것, 그리고 그 물결이 이제 겨우 이 땅에 닿기 시작하였다는것이였다. 나 자신이 그해 유월부터 그림으로 얼굴을 삼아 방송을 해오던 터라, 그 물결이 결코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니라는것을 몸으로 느끼고있었다.

다만 혼자서 그 물결을 타보는것과, 아예 그 물결우에 배 한척을 띄우는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였다. 그 배를 띄워보자는 말을 먼저 꺼낸것이 셋 중 누구였는지는 이제 와서 정확히 짚어내기 어렵다. 악녀는 자기가 먼저 바람을 넣었다 하고, 단즈는 저쪽에서 먼저 운을 떼였다 하니, 아마 우리 셋의 기억이 저마다 조금씩 자기 쪽으로 기울어있는 탓일것이다.

다만 분명한것은, 그 이야기가 오간 자리가 한번의 술자리나 한번의 통화로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그해 가을 내내 몇번이고 모여앉아 같은 화제를 곱씹었고, 곱씹을수록 그 화제는 우스개에서 궁리로, 궁리에서 다시 결심으로 옮겨갔다. 그렇게 몇차례의 밤을 넘기고서야 우리는 비로소 서로의 눈빛에서 같은 각오를 읽어낼수 있었다.

어느 날 저녁 셋이 한자리에 둘러앉았을 때, 악녀가 먼저 팔짱을 끼고 이렇게 물었다. 《그래서, 우리 진짜 해외 한번 나가볼거야, 말거야.》 나는 그 물음에 선뜻 답을 못하고 잠시 콤퓨터 화면만 들여다보았다.

혼자서 하는 방송도 이렇게 벅찬데 회사라는것을 차려서 사람까지 거느리고 해외까지 겨냥한다는것이, 말로는 쉬워도 막상 그 무게를 가늠하자니 선뜻 그렇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던것이다. 단즈가 그 침묵을 깨고 차분하게 말을 보태였다. 《어차피 여기서도 새로 시작한지 얼마 안되였잖아요. 이왕 새로 시작하는 김에, 판을 좀 크게 잡아보는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은데.》

나는 그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고개를 들었다. 《크게 잡는다는게, 얼마나 크게 잡는건데.》 악녀가 대답 대신 씩 웃으며 손가락으로 저 먼 어딘가를 가리키는 시늉을 하였다. 《바다 건너지. 우리끼리 국내에서 아웅다웅할게 아니라, 아예 해외 보는 애들을 키워보자는것이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픽 웃음이 났다. 셋이 모여앉아 겨우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후날 어느 사가의 붓끝에서는 무슨 대단한 회맹의 자리처럼 옮겨적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때문이다. 그러나 그 순간의 나는 결코 대단한 결심을 하고있던것이 아니였다.

다만 혼자서 이 낯선 형식을 짊어지고가기에는 너무 버겁다는것, 그리고 마침 곁에 그 짐을 나누어질 사람 둘이 있다는것, 그 두가지 사실만이 그날 저녁 내 마음을 움직인 전부였다. 나는 결국 팔짱을 풀고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럼 이왕 하는것, 대충 하지 말고 아예 회사를 하나 차리자.》

악녀는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손뼉을 치며 반가와하였고, 단즈는 여느 때처럼 차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 자리에서 우리 셋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회사를 세우기로 뜻을 모았다. 창밖은 이미 캄캄해져있었으나, 우리 셋이 둘러앉은 자리만은 그날따라 유난히 밝게 느껴졌다.

돌이켜보면 나는 원래 겁없이 저지르고보는 성미였다. 한창 젊었을 적에는 성정이 거칠어 방송에서도 거침없이 말을 쏟아내던 시절이 있었으니, 새로운 판을 벌이는 일앞에서 마냥 몸을 사릴 사람은 아니였다. 다만 나이가 들며 그 거침이 조금씩 무뎌졌을뿐, 새 판을 벌이고싶어하는 마음만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그런데 이 회사 이야기를 하자면 그보다 앞선 나날부터 말하지 않을수 없다. 나는 방송이라는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첫 시절부터 오래도록 개인으로 방송을 해온 사람이였지, 회사를 다녀본적도 사업이라는것을 벌여본적도 없는 사람이였다. 그 시절의 나는 그저 콤퓨터 한대와 마이크 한대로 하루하루를 버티였을뿐, 직인을 새기고 정관을 쓰고 등기소 문턱을 넘는 일 같은것은 상상조차 해본적이 없었다.

그러니 대표라는 이름이 내 앞으로 온다는것은, 방송하는 사람으로서의 나에게는 실로 낯설고도 무거운 일이였다. 그러나 사람이라는것이 겁먹고만 있을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나는 곧 악녀·단즈와 함께 등기에 필요한 서류들을 하나하나 챙기기 시작하였다. 법무사를 만나고 사업자등록을 준비하는 그 며칠은, 방송 몇시간을 준비하는것보다 오히려 더 정신이 없었다.

법무사 사무실을 처음 찾아가던 날, 나는 방송 의상 대신 그나마 점잖은 옷을 골라입느라 한참을 옷장앞에서 서성이였다. 정작 법무사는 서류 몇장을 내밀며 이름 석자와 도장 자리만 확인할뿐, 내가 무슨 방송을 하는 사람인지는 묻지도 않았다. 나는 그 무심함이 오히려 고마웠는데, 적어도 그 자리에서만은 내가 강지가 아니라 그저 서류우의 대표 한사람에 지나지 않았기때문이다.

회사이름을 정하는 자리에서도 셋의 의견은 쉽사리 하나로 모이지 않았다. 악녀는 좀더 산뜻한 이름을 원하였고, 단즈는 어딘가 진중한 느낌을 주는 이름을 원하였으며, 나는 그 사이에서 이도저도 못한채 후보 목록만 늘여가고있었다. 그러다가 누군가의 입에서 《유메》라는 낱말이 나왔다.

일본말로 꿈이라는 뜻을 지닌 그 낱말에, 우리는 곧 《퍼센트》라는 낱말을 붙여 《유메퍼센트》라는 이름을 지어냈다. 그 이름에 정확히 어떤 뜻을 담았는지는 지금도 셋의 말이 조금씩 다르다. 어떤이는 꿈이 이루어질 확률을 뜻한다 하고, 어떤이는 그저 어감이 좋아서 골랐을뿐이라 하니, 아마 그 이름의 참뜻은 우리 셋 각자의 마음속에 조금씩 다르게 새겨져있는것이 아닌가 싶다.

이름을 정하고 나니 그 다음은 한결 수월하였다. 십일월 여드레, 나는 악녀·단즈와 나란히 서류에 도장을 찍고, 해외 시장을 겨냥한 가상 유튜버 회사 《유메퍼센트》의 대표 자리에 이름을 올리였다. 창밖의 은행나무는 그날도 잎을 하나둘 떨구고있었으나, 그 락엽을 눈여겨볼 겨를도 없이 하루가 바삐 지나갔다.

도장 하나를 찍는 그 짧은 순간을 두고 후날 어느 사가가 국서에 옥새를 찍는 자리처럼 근엄하게 옮겨적는다면, 정작 그 자리에 있던 셋은 서류 한장을앞에 놓고 이게 맞는 칸인지 저게 맞는 칸인지를 서로 확인하느라 분주하였을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실소를 금치 못할것이다. 그러나 그 서류 한장이 지니는 무게만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나는 그날 이후로 방송원 강지인 동시에, 유메퍼센트라는 회사의 대표라는 이름을 하나 더 지니게 되였다. 그 두번째 이름이 낯설어서였는지, 나는 그날 저녁 서류 봉투를 손에 쥔채로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였다. 악녀는 그런 나를 보며 《야, 뭘 그렇게 심각한 얼굴을 하고있어.》하며 어깨를 툭 쳤다.

나는 그 말에 픽 웃으며 대답하였다. 《아니, 그냥, 내가 무슨 대표씩이나 하게 될줄은 몰랐지.》 단즈가 옆에서 조용히 거들었다. 《다들 처음엔 그렇지요. 이제 시작이니까 차차 익숙해지겠지요.》

후날 사람들은 나를 두고 정사장이니 샤쵸니 하는 이름으로 부르게 되지만, 그 모든 이름들의 첫걸음은 바로 이 십일월의 서류 한장에서 비롯된것이였다. 그때는 그런 이름들이 생기리라고는 짐작조차 하지 못하였다.

회사를 차렸다고 해서 다음날부터 곧바로 무슨 대단한 사무실이 생기고 많은 사람이 드나든것은 아니였다. 처음 몇달은 셋이서 저마다 자기 방송을 하는 틈틈이 화상통화로 모여앉아 앞으로 어떤 이들을 그려세울지를 궁리하는것이 일의 전부였다. 나는 그 궁리의 자리에서마다 유독 해외라는 두 글자에 마음이 쏠리였다.

국내에서는 이미 내 이름 석자가 어느정도 알려져있었으나, 바다 건너에서는 나 역시 이름 없는 초심자에 지나지 않는다는것이 오히려 나를 설레게 하였다. 악녀는 그런 나를 보며 짐짓 놀리듯 말하였다. 《너 그러다 진짜 딴나라 사람 다 될라.》

나는 그 말에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딴나라 사람이 되려는게 아니라, 우리 그림을 딴나라 사람들도 좋아하게 만들자는것지.》 단즈는 그 대화를 들으며 콤퓨터 화면에 무언가를 부지런히 적어내려가고있었다. 후날 들으니 그것은 앞으로 뽑아세울 이들의 설정을 궁리한 첫번째 초안이였다고 한다.

나는 그 시절 밤늦도록 켜져있던 콤퓨터 화면을 지금도 뚜렷이 기억한다. 대화창 대신 기획서 초안이, 방송 예고 대신 사업자등록증 사본이 화면우에 떠있던 그 밤들을. 그 밤들 사이사이 나는 몇번이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방송하는 사람으로 살아온 세월이 그리 짧지 않은데, 이제 와서 회사라는것을 차려 남의 앞날까지 함께 짊어진다는것이 과연 나에게 맞는 옷인가 하는 물음이였다.

그 물음에 대한 답을 그때는 다 찾지 못하였다. 다만 악녀와 단즈가 곁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 낯선 옷이 조금은 덜 무겁게 느껴졌던것만은 분명하다. 셋이서 함께 회사를 차렸다는 소식은 그무렵 가까운 이들 사이에서도 제법 화제가 되였다.

오래전부터 나를 지켜봐온 이들은 저마다 반가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운 눈빛을 감추지 못하였다. 나는 그 걱정스러운 눈빛들을 마주할 때마다 짐짓 큰소리를 쳤다. 《걱정마라, 우리 셋이 힘을 합쳤는데 뭘 못하겠냐.》

그러나 정작 그 큰소리 뒤편에서는, 나 자신도 이 새로운 도전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전혀 가늠하지 못하고있었다. 다만 그 가늠할수 없는 앞날앞에서마저 셋이 함께라면 두려울것이 없다는 마음 하나만은 뚜렷하였다. 십일월의 찬바람이 방송실 창을 흔들던 그 며칠, 나는 유독 잠을 설치는 날이 많았다.

새로 맡은 이름의 무게때문이였는지, 아니면 오래도록 혼자 짊어졌던 짐을 마침내 나누어지게 된 홀가분함때문이였는지는 지금도 분명치 않다. 다만 그 잠 설친 밤들 끝에서, 나는 늘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이왕 시작한 일이니 후회없이 해보자는것, 그리고 이 배에 함께 오른 두 사람에게만은 부끄럽지 않은 대표가 되자는것이였다.

악녀는 그 며칠 사이 나에게 전화를 걸어 뜬금없이 이런 말을 하기도 하였다. 《야, 근데 우리 이거 잘되면 진짜 웃긴거 아니냐. 방송하다 만난 셋이서 회사를 차렸는데.》 나는 그 말에 크게 웃으며 대답하였다. 《잘 안돼도 웃긴건 마찬가지지. 방송하다 만난 셋이서 회사 말아먹었다, 얼마나 좋은 안주거리냐.》

악녀는 그 대답이 어이없다는듯 한참을 웃다가, 그래도 잘될거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몇번이고 되뇌였다. 나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이 도전이 결코 나 혼자만의것이 아니라는것을 새삼 실감하였다. 그무렵 나는 문득 《우결》을 진행하던 시절의 나를 떠올리고는 하였다.

그때는 그저 방송 하나 잘 끝내는것이 목표였는데, 이제는 회사 하나를 잘 끌고가는것이 목표가 되여있었다. 시절이 바뀌면 짊어지는 이름도 바뀐다는것을, 나는 그 십일월의 며칠 사이 몸으로 배웠다. 강지라는 이름 하나로 족하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대표라는 이름까지 함께 지고가야 하는 시절이 시작된것이였다.

등기가 끝나고 며칠 뒤, 나는 셋이서 처음으로 앞으로 세워나갈 이들의 이름과 설정을 진지하게 의논하던 자리를 아직도 기억한다. 화면에는 아직 얼굴도 목소리도 없는 빈 자리들만이 나란히 놓여있었다. 단즈는 그 빈 자리들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이 자리에 누가 앉게 될지, 그리고 그 자리에 앉을 사람들이 얼마나 멀리까지 우리를 데려가줄지, 그건 아직 아무도 모르는것지요.》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화면우의 빈 자리들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그 자리들이 후날 어떤 이름과 어떤 목소리로 채워질지, 그리고 그 이름들이 얼마나 멀리, 또 얼마나 오래 우리와 함께할지는 그날의 나로서는 알 도리가 없었다. 다만 그 빈 자리들을 바라보던 그때만은, 앞으로 다가올 어떤 곡절도 짐작하지 못한채 그저 설레기만 하였다.

혹자는 이날의 일을 두고 세 영웅이 도원에서 의를 맺은것에 견주고싶어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 세사람이 실제로 나눈것은 결의형제의 술잔이 아니라 등기소에서 받아온 서류 한뭉치였을뿐이니, 그 비유는 아무래도 과분하다. 다만 그 서류 한뭉치를 나누어들던 그날의 마음만은, 어떤 비유를 가져다붙여도 부끄럽지 않을만큼 진심이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때는 몰랐으나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십일월의 며칠은 내 려정에서 하나의 커다란 갈림길이였다. 방송하는 사람으로만 남을수도 있었던 내가, 그날 이후로는 방송하는 사람이자 남을 세워주는 사람으로 살아가게 되였기때문이다. 악녀와 단즈, 그리고 나, 이 세사람이 어이하여 그해 가을 그 자리에서 나란히 손을 잡게 되였는지, 그 시작의 자세한 결을 나는 지금도 다 헤아리지 못한다.

다만 분명한것은, 그 손을 맞잡던 순간의 우리에게는 오직 해외라는 낯선 바다를 향한 설렘 하나뿐이였다는 사실이다. 유메퍼센트라는 이 회사가 후날 어떤 길을 걷게 되는지는, 다음 페지에서 마저 이야기할 자리가 있을것이다. 다만 여기서는 그저 우주28(2021)년 십일월 여드레, 셋이 나란히 도장을 찍던 그 자리 하나만을 오래도록 붙들어두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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