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33(2026)년 9월 16일
우주33(2026)년 9월 16일 --:--

 

2. 브 레 이 브 에 합 류

 

우주32(2025)년 그해 여름은 유난히 무더웠다. 장마가 끝나자마자 볕이 사정없이 쏟아졌고 사무실 창밖에서는 매미소리가 그칠새없이 울어댔다. 랭풍기를 아무리 세게 틀어도 창가쪽 자리만은 늘 후끈하였다.

나는 그날 낮 사무실에 혼자 남아 콤퓨터화면을 들여다보고있었다. 랭풍기 바람은 시원하였으나 어쩐지 손끝만은 서늘하게 식어드는 느낌이였다. 책상우에는 작은 화분 하나와 콤퓨터 세대, 그리고 늘 어지럽게 얽혀있는 전선뭉치가 놓여있었다.

봉사기실쪽에서 넘어오는 나직한 랭각기소리가 그날따라 유난히 크게 들리였다. 다른 성원들은 각자의 방송준비로 자리를 비운 시각이여서 사무실안은 조용하다못해 서늘하기까지 하였다.

화면에는 아직 게시하지 않은 알림문 초안이 열려있었다. 제목만 몇번을 고쳐썼는지 모른다. 문장 하나를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쓰기를 되풀이하다보니 어느새 창밖의 그림자가 짧아져있었다.

창밖으로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여느 여름날과 다름없이 태평하였다. 세상은 조금도 달라진것이 없어 보였으나 내 앞에 놓인 그 페지 한장만은 우리 회사의 모든것을 가르는 금 같았다.

시계는 열두시를 향해 다가가고있었다. 그 열두시라는 시각을 나는 벌써 몇주 전부터 달력에 표시해두고있었다. 하루에도 몇번씩 그 표시를 들여다보며 마음을 다잡던 나날이였다.

이날 낮 열두시, 우리는 《스텔라이브》가 일본의 가상 아이피 프로덕션기업 《브레이브 그룹》에 인수합병된다는 사실을 공식 홈페지를 통해 밝히기로 되여있었다. 그 한장의 알림문을 위해 지난 몇달을 얼마나 조심스럽게 걸어왔는지 모른다.

말이 인수합병이지 그 실체는 몇줄의 문장과 도장 몇개로 요약될 일이였다. 하지만 나에게는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였다.

인수합병이라는 네 글자는 력사책에나 나오는 거창한 말처럼 들리였지만 정작 그 안을 들여다보면 계약서 페지를 넘기고 서명란에 이름을 적어넣는, 지극히 사무적인 로동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는 그 서명 하나를 남기기까지 지나온 나날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릿하였다.

이 합병을 말하자면 그보다 앞선 어느 봄날부터, 아니 더 거슬러올라가 회사를 처음 차리던 그해 봄부터 이야기하지 않을수 없다.

《스텔라이브》를 처음 시작한것이 우주30(2023)년이였으니 회사의 나이는 아직 두살이 될까말까 하였다. 작은 사무실 하나에 콤퓨터 몇대와 방음벽을 겨우 갖추어놓고 시작한 살림이였다.

그때는 성원 한사람이 방송도 하고 내용물 기획도 하고 심지어 택배 상자를 나르는 일까지 도맡아 하던 시절이였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표라는 직함을 달고서도 봉사기 케이블을 손수 정리하러 다니던 밤이 한두번이 아니였다.

그때 쓰던 책상은 중고매장에서 사온것이였고 의자도 등받이가 삐걱거리는것을 그냥 쓰고있었다. 그래도 그 삐걱거리는 의자에 앉아 새벽까지 방송 일정을 짜던 시절이 나는 지금도 그립다.

처음 방송을 켜던 날 시청자수는 열명도 채 되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그 열명 남짓한 화면 속 이름들을 하나하나 소리내여 읽어보며 감격하였다. 그날의 그 마음이 없었다면 지금의 아홉개 별자리도 없었을것이다.

처음 몇달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였다. 방송장비 하나를 새로 들이는 일도, 성원 한사람의 계약을 새로 맺는 일도 전부 내 손을 거쳐야 하였고 그때마다 통장의 잔고를 몇번이나 들여다보아야 하였다.

언젠가 한 인터뷰에서 나는 이런 말을 한적이 있다. 《원하는만큼의 시청자를 확보하지 못하고 결국 회사를 접어야》 하는 일도 이 바닥에서는 얼마든지 일어날수 있는 일이라고. 실없는 소리가 아니라 그때 내가 늘 품고 다니던 두려움 그대로였다.

그때는 별 생각없이 한 말이였으나 지나고보니 그것은 내 진심이였다. 하루에도 몇번씩 이 회사가 언제까지 갈수 있을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나는 《우리가 잘할수 있고 좋아하는것을 할것》이라는 립장만은 굽히지 않았다. 그 립장 하나로 두해를 버티여왔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였다. 기술보다 요령가 더 중요하다고 믿었고 그 요령란 다름아닌 성원들과 함께 보낸 시간이였다.

유니는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밝게 웃으며 포기하지 않는 성원이였고 칸나는 늘 밝은 모습과 렬정을 보여주는 성원이였다. 나는 종종 오히려 이 친구들이 나에게 힘이 되여준다고 생각하였다.

우리를 통해 많은 애호가들이 행복을 얻을수 있는 그런 미래를 꿈꾸고있다고 나는 그때도 말하였고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그 꿈을 지켜나가는 살림이 갈수록 무거워지고있었을뿐이다.

처음으로 외부 협찬이 들어왔던 날, 나는 그 봉투를 몇번이나 다시 열어 세여보았다. 큰 금액은 아니였으나 그것이 우리 회사가 세상으로부터 받은 첫 인정처럼 느껴지였다.

그사이 성원의 수는 하나둘 늘어 아홉명이 되였고 《유튜브》 구독자는 180만을 넘기였으며 《치지직》 팔로워도 150만을 넘어섰다.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한 살림치고는 놀라운 성장이였다.

성원이 늘어난다는것은 곧 책임져야 할 식구가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하였다. 나는 매달 월급날이 다가오면 통장을 들여다보며 손끝이 저리는 버릇이 그때부터 생기였다.

그러나 성장한다고 살림이 넉넉해지는것은 아니였다. 오히려 몸집이 커질수록 감당해야 할 일도 그만큼 불어났다. 신의상 한벌을 새로 맞추는데도, 방송 봉사기를 증설하는데도, 성원들의 건강과 휴식을 챙기는데도 전부 돈과 사람이 필요하였다.

그무렵 가상업계에서는 크고작은 회사들이 서로 손을 잡거나 흡수되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오고있었다. 우리라고 그 흐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수는 없었다.

나 혼자서는 도저히 다 짊어질수 없는 무게였다. 그무렵 나의 오른팔이라 부를만한 직원 미기가 어느날 나에게 조용히 말을 건넸다.

《사장님, 이대로 가다가는 사장님 몸이 먼저 축나겠어요. 어디 든든한 곳과 손을 잡을 생각은 없으세요?》

나는 웃으며 손을 내저었으나 속으로는 미기의 말이 옳다는것을 알고있었다. 든든한 곳과 손을 잡는다는것, 그것이 바로 이날의 합병으로 이어질줄은 그때만 해도 짐작하지 못하였다.

《브레이브 그룹》쪽에서 처음 련락이 온것은 그해 초봄 어느날이였다고 기억한다. 일본의 가상 아이피 프로덕션기업이라는 곳에서 우리 회사에 관심을 가지고있다는 소식이 조심스럽게 전해지였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였다. 이 작은 별자리 하나를 그렇게 큰 회사가 눈여겨볼 리유가 무엇인가 싶었다. 미기도 그 소식을 전해듣고 반가움보다는 의심을 먼저 내비쳤다.

《속사정도 모르고 무작정 손잡을수는 없지요.》 미기가 팔짱을 끼며 말하였다. 나도 고개를 끄덕이였다. 좋은 이야기일수록 더 꼼꼼히 뜯어보아야 한다는것이 우리 두사람의 공통된 립장이였다.

그러나 몇차례의 화상회의와 서면 왕래를 거치면서 나는 그쪽의 진심을 조금씩 읽을수 있었다. 그들은 《스텔라이브》라는 이름과 지금까지 쌓아온 성원들의 색깔을 그대로 두고싶다고 하였다.

통역을 사이에 두고 나누는 대화는 생각보다 더디였다. 한마디를 하면 통역이 옮기고 그다음에야 상대의 표정이 움직이는 그 시차가 처음에는 낯설었다.

화상회의 화면 저편에서 그쪽 담당자가 이렇게 말하던것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스텔라이브〉를 지우려는것이 아닙니다. 더 오래, 더 멀리 갈수 있도록 옆에서 힘을 보태고 싶은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였다. 두해 동안 혼자 짊어지고있던 무게를 처음으로 누군가와 나눌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저절로 풀리는 느낌이였다.

그렇다고 모든 회의가 순탄하기만 한것은 아니였다. 밤늦게까지 계약서 문구 하나를 놓고 미기와 머리를 맞대는 날도 많았다. 어떤 밤은 콤퓨터 두대의 화면빛만이 사무실을 밝히기도 하였다.

미기는 밤마다 계약서 원문과 번역본을 나란히 놓고 단어 하나하나를 대조하였다. 《여기 이 조항, 원문이랑 번역이 미묘하게 다른데요.》 그런 밤이 한두번이 아니였다.

《경영권은 확실히 지켜야 해요.》 미기가 붉은 줄을 그은 계약서 초안을 내밀며 말하였다. 《사장님이 지금까지 해온 방식, 성원들과 맺어온 관계, 그건 절대 넘겨줄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나도 같은 생각이였다. 회사가 커진다고 해서 지금까지 성원들과 쌓아온 살가운 립장을 낯선 손에 맡길수는 없는 노릇이였다. 이 부분만은 협상 내내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무렵에는 회계법인 사람들도 며칠씩 사무실에 상주하며 지난 두해의 장부를 하나하나 들여다보았다. 미기는 그 사람들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며칠 밤을 꼬박 새우기도 하였다.

협상 과정에서 나는 방송장비와 성원들의 처우를 개선할 기금을 따로 마련해달라고 요청하였다. 《브레이브 그룹》쪽은 뜻밖에도 순순히 그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때 비로소 이 손잡음이 헛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한번은 저쪽 담당자가 조심스레 물어온적이 있다. 《혹시 사명이나 로고에 변화를 주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나는 웃으며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별자리는 그대로 두어야 별을 보는 사람들이 길을 잃지 않습니다.》

몇달에 걸친 밀고당기는 협상끝에 마침내 합의가 이루어지였다. 인수는 하되 기존의 경영권과 파트너 구조는 그대로 유지한다는것, 그리고 한국내 사업을 전담할 새 법인 《브레이브그룹한국》을 따로 세운다는것이 그 골자였다.

서류에 도장을 찍던 날 나는 속으로 생각하였다. 큰 별자리 하나가 작은 별자리 하나를 삼킨것이 아니라 두 별자리가 나란히 자리를 잡은것이라고. 거창한 표현일지 모르나 그날 내 마음은 정말 그러하였다.

그날의 조인식이라고 해야 카메라 플래쉬 하나 터지지 않은 조촐한 자리였다. 사무실 책상우에 서류를 펼쳐놓고 서명을 마치고나니 미기가 시켜둔 짜장면 두그릇이 어느새 불어터져있었다. 력사에 남을 사변치고는 너무나 소박한 뒤풀이였다.

그 합의서에 도장을 찍고 나서야 나는 오래도록 뻐근하던 어깨가 조금 풀리는것을 느끼였다. 몸이 먼저 알아차린안도감이였다.

알림문을 게시하기 전날 밤, 나는 성원들을 사무실로 조용히 불러모았다. 갑작스러운 부름에 다들 무슨 일인가 하는 얼굴로 하나둘 모여들었다. 나는 그 전날 밤 잠을 설치였다. 혹시라도 성원들이 서운해하지 않을가, 애호가들이 실망하지 않을가 하는 걱정에 몇번이나 이불속에서 뒤척이였다.

유니동지가 먼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사장님, 혹시 우리 회사에 무슨 일 생긴거 아니지요?》

나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그동안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놓았다. 《브레이브 그룹》이라는 곳과 손을 잡게 되였다는것, 그러나 지금까지의 이름도 자리도 그대로라는것을 차근차근 설명하였다.

리제동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그럼 저희 계약도, 콘텐츠도 다 그대로예요?》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이였다. 《달라지는건 우리 뒤에 든든한 울타리 하나가 더 생긴다는것뿐이야.》

히나동지가 그제서야 안심한듯 웃으며 말하였다. 《그럼 다행이에요. 저는 또 회사 없어지는줄 알고 심장 떨어지는줄 알았어요.》

타비동지도 조용히 한마디를 보태였다. 《저는 사장님이 말씀하시는 방식이면 다 믿어요.》 그 말이 짧았지만 그 자리의 무거운 공기를 조금 눅여주었다.

나는 시부키동지 쪽으로도 눈을 돌리며 늘 하던 농을 잊지 않았다. 《걱정 마라, 할머니. 천년을 살아도 우리 회사 이름은 안 바뀐다.》 시부키동지가 어이없다는듯 웃음을 터뜨렸다.

동지와 나나동지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동시에 물었다. 《그럼 이번 콘서트 일정도 그대로 가는것지요?》 나는 그렇다고 대답하며 오히려 이렇게 구체적인 걱정을 하는 성원들이 고마웠다.

리제동지는 별다른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였고 후야동지와 리코동지는 서로 손을 맞잡으며안도의 한숨을 내쉬였다. 아홉개의 얼굴에 아홉가지 표정이 스쳐지나갔지만 그 밑바닥에 흐르는 마음만은 하나였다.

마시로동지는 팔짱을 낀채 한마디를 던지였다. 《월급날은 그대로겠지요?》 그 한마디에 사무실안이 온통 웃음바다가 되였다.

력사적인 사변을 앞둔 자리치고는 어울리지 않는 질문이였으나 나는 그 질문이 오히려 반가웠다. 큰 회사와 손을 잡는다는 거창한 소식앞에서도 성원들이 걱정하는것은 결국 저희들의 자리와 밥그릇이였다.

그것이 바로 이 별자리를 지금까지 지켜온 힘이라고 나는 생각하였다. 거창한 명분보다 오늘 하루의 살림을 먼저 걱정하는 마음, 그것이 없었다면 우리는 여기까지 오지 못하였을것이다.

그날 회의는 자정이 다 되여서야 끝이 났다. 성원들을 하나씩 배웅하며 나는 이 아홉개의 별들을 앞으로도 잘 지켜야겠다고 다짐하였다.

그날 밤 나는 성원들을 다 돌려보내고도 한참을 사무실에 남아있었다. 콤퓨터화면에는 다음날 게시할 알림문이 여전히 열려있었다.

문구를 몇번이나 고쳐 읽었다. 《2023년 출발 이후 성장 과정에서 여러 도전을 겪었으나, 앞으로의 긴 려정을 위해 그동안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만을 해왔다.》

이 한줄을 쓰는데 며칠이 걸리였는지 모른다. 거창한 말을 쓰고싶지 않았다. 그저 있는 그대로, 우리가 걸어온 길을 정직하게 적고싶었다.

이튿날, 우주32(2025)년 7월 16일 낮 열두시가 되였다. 나는 마우스에 손을 얹고 잠시 숨을 골랐다. 밖에서는 여전히 매미가 울고 사무실안은 랭풍기소리만 낮게 깔려있었다.

옛날 같으면 정오를 알리는 포성 한방이 온 성안을 뒤흔들었다고 하는데, 오늘 우리의 정오는 마우스를 한번 클릭하는것으로 갈음되였다. 력사의 무게란 반드시 그 소리의 크기에 비례하는것은 아닌 모양이였다.

나는 게시 단추를 눌렀다. 화면우로 알림문이 홈페지에 걸리는것을 보면서 나는 잠깐 눈을 감았다.

곧이어 대화창과 여러 방송이 들끓기 시작하였다. 성원들도 하나둘 자신의 계정으로 알림문을 실어날랐고 그 아래로 축하와 놀람이 뒤섞인 감상글이 쏟아지였다. 일부 오락 소식을 다루는 언론에서도 이 소식을 짧게 실었다.

기사 제목들은 저마다 무게있게 뽑혀나왔으나 정작 내가 그날 가장 여러번 곱씹은것은 어느 팬이 남긴 짧은 감상글 하나였다. 《우리 별들 이제 더 오래 볼수 있는것지요?》 나는 그 물음에 마음속으로 몇번이고 그렇다고 대답하였다.

《〈스텔라이브〉가 더 큰 별자리의 품에 안기였다》는 식의 표현을 쓴 팬도 있었다. 나는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우리는 삼켜진것이 아니라 더 큰 별자리의 일부가 된것이였다.

그날 오후부터 직원들의 명함에는 《브레이브그룹한국》이라는 글자가 새로 찍혀나오기 시작하였다. 미기는 새 명함을 받아들고 《이제 진짜 회사원 같네요》 하며 웃었다.

미기는 그날 오후 내 자리로 와서 어깨를 툭 치며 말하였다. 《사장님, 이제 좀 편해지시겠네요.》

나는 웃으며 대답하였다. 《편해지긴, 이제부터 시작이지. 〈브레이브그룹한국〉이라는 새 살림까지 차려야 하는데.》

미기도 따라 웃었다. 《그래도 혼자 짊어지던 지붕에 기둥 하나는 더 생긴거잖아요.》 그 말이 그날 하루 들은 어떤 말보다 마음에 오래 남았다.

그날 저녁 나는 사무실 창가에 서서 노을을 바라보았다. 두해 동안 이 창밖 풍경을 얼마나 많이 내다보았는지 모른다. 시청자가 몇명 늘었나 조바심을 내던 밤도 있었고 다음달 월세를 걱정하던 밤도 있었다.

이제 그 풍경우로 또 하나의 별자리가 겹쳐지려 하고있었다. 작은 별자리 하나가 사라지는것이 아니라 더 큰 별자리의 한귀퉁이에 제 빛을 그대로 간직한채 자리잡는 그림이였다.

그때는 이 일이 후날 우리 력사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게 될지 다 헤아리지 못하였다. 그저 하루하루를 무사히 넘기는것만으로도 벅찬 나날이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여름의 정오는 우리 회사의 력사에서 가장 큰 갈림길이였다. 만약 그때 그 손을 잡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자리에 서있었을것이다.

물론 나는 아직도 그날의 선택이 백번 옳았다고 단정하지는 못한다. 회사를 이끈다는것은 언제나 눈앞에 놓인 여러 갈래 길 가운데 가장 덜 위태로운 하나를 고르는 일에 지나지 않기때문이다.

다만 한가지는 분명히 말할수 있다. 그날 이후로도 우리는 여전히 우리다웠다는것, 성원들의 이름도 색깔도 하나 달라지지 않았다는것이다. 아홉개의 별은 여전히 아홉개의 빛갈로 반짝이였다.

이 책의 제목을 《더 큰 별자리》라 붙인 까닭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작은 별자리에서 시작하여 더 큰 별자리의 일부가 되였지만 그 별 하나하나의 빛까지 넘겨준것은 아니였다.

아홉명의 성원과 미기를 비롯한 몇명 안되는 직원들, 이 작은 살림이 나에게는 이미 하나의 가정과 다름없었다. 그 가정을 지키기 위해 나는 그날 손을 내밀었을뿐이다. 후날 이 회사의 력사를 누군가 다시 쓴다면 미기의 이름만은 빼놓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싶다.

이 합병 이후로도 우리 앞에는 여전히 새로운 방송과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있었다. 그 이야기들은 뒤에서 다시 하기로 한다.

인수합병이라는 말은 거창하지만 그 안에서 정작 지켜야 하였던것은 몇줄의 계약조항이 아니라 우리가 두해동안 쌓아온 살가운 살림살이 그 자체였다. 그 살림살이를 지켜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그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이 선택이 앞으로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그때는 물론이고 지금도 다 알지 못한다. 다만 그날 사무실을 지키던 아홉개의 별빛만은 지금도 뚜렷이 기억한다.

그리고 그 살림살이는 지금도 그대로 이어지고있다. 더 큰 별자리의 품안에서, 우리는 여전히 우리만의 빛으로 반짝이고있는것이다.

 

이전페지    차례    다음페지
본 서적은 창작된 가상의 회고록입니다.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하였으나 내용은 모두 지어낸 것이며 실제 인물·단체의 립장과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