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늘 어 난 식 구
우주32(2025)년 가을은 유난히 더디게 왔다. 구월이 다 가도록 한낮 볕이 따가와서 사무실 창가에 앉은 사람들은 블라인드를 반나마 내리고 일하였다. 그러나 해가 지고나면 공기가 금방 서늘해져서 콤퓨터의 랭각기소리만 웅웅거리는 사무실 한켠에서는 긴소매를 꺼내입는 사람이 하나둘 늘어갔다.
그날은 후야동지의 데뷰방송이 끝난 바로 이튿날 밤이였다. 나는 늦도록 사무실에 남아 전날 방송의 시청자수와 후원금 통계를 들여다보고있었다. 저쪽 책상에서는 미기가 서류철을 옆구리에 끼고 오가며 다음달 일정표를 다시 짜고있었다.
어제밤 후야의 데뷰방송 대화창은 유난히 붐볐다. 새 별의 등장을 알리는 후원 표시가 화면우로 쉴새없이 흘러갔었다. 나는 그 광경을 사무실 화면로 지켜보며 열번째라는 수자가 주는 무게를 새삼 느꼈었다.
창밖으로는 낯선 도시의 밤거리가 내려다보였다. 자동차 라이트들이 줄지어 흐르고 저 멀리 아빠트단지의 창들이 하나둘 불을 밝히는것을 보고있자니 어쩐지 우리 회사의 별자리를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어서 나는 잠시 일손을 놓고 그 풍경을 바라보았다.
문득 옆자리로 눈을 돌리니 얼마 전만 해도 비여있던 책상 세개가 어느새 사람으로 다 찼다. 새로 들어온 직원들의 명패가 나란히 놓인 모습을 보고있자니 낯설면서도 어쩐지 대견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손가락을 꼽아가며 우리 성원이 몇명인지 세여보았다. 칸나동지와 유니동지로 시작하여 히나, 마시로, 리제, 타비가 더해지고 시부키, 린, 나나, 리코가 또 더해졌으니 그것만 해도 열이였다.
다만 그 가운데 제일 먼저 왔던 칸나동지는 지난해 겨울 이 자리를 떠나 다른 길을 갔으니 지금 곁에 남아 별을 지키는것은 아홉이요, 거기에 후야가 새로 더해져 다시 열이 된것이다. 사람이 오고 가는 일을 두고 마냥 셈만 할것은 아니지만 그날 밤 나는 어쩐지 손가락을 다 꼽아보고서야 마음이 놓였다.
처음 단 둘에서 시작한 식구가 다섇배로 불어났으니 실로 우리 회사의 짧은 력사에서 있어본적 없는 대사변이라 하지 않을수 없었다. 나는 속으로 그렇게 헤아려보고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대사변이라니, 겨우 사람 몇 더 늘었다고 그렇게까지 말할 일인가 싶으면서도 그때 내 마음은 정말 그러하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한바퀴 돌아보았다. 예전에는 책상 대여섯개면 넉넉하던 공간이 이제는 칸막이를 새로 세우고도 자리가 모자라서 회의실 한켠에까지 림시책상을 놓아야 하였다. 기획팀 자리에는 다음 분기 내용물 표가 벽 하나를 가득 채우고 붙어있었다.
방송장비도 그만큼 늘어났다. 처음에는 마이크 한대와 카메라 한대를 여럿이 돌려썼는데 이제는 성원 수만큼 방음칸이 나뉘고 조명도 따로 갖추어졌다. 나는 그 칸들을 지날 때마다 우리가 참 먼 길을 걸어왔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 표를 들여다보던 REQ가 나를 보고 가볍게 목례를 하였다. 그는 그해 봄 협력사에서 우리 회사로 자리를 옮겨온 사람으로 음악과 내용물 전반을 맡아보고있었다. 나는 그 앞을 지나며 요즘 새 싱글 작업은 잘 되여가느냐고 물었고 그는 웃으며 곧 들려드리겠다고 대답하였다.
디자인쪽 자리에는 TheCold가 화면 두대를 켜놓고 무언가를 그리고있었다. 그는 회사의 그림과 관련된 일이라면 손대지 않는 데가 없는 사람이여서 성원들의 신의상 초안도, 홍보용 페지의 배경도 대개 그의 손을 거쳤다. 그해 끝머리에 입대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사무실이 한동안 허전할것을 미리 걱정하였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방준영이 광고제안서를 정리하고있었다. 그는 원래 내가 개인방송을 하던 시절부터 대화창에 얼굴을 비추던 오래된 시청자였는데 이제는 회사안에서 광고 관련한 일을 맡아 처리하고있었다. 지난날 화면 저쪽에서 응원하던 사람이 지금은 같은 사무실에서 함께 일한다는 사실이 나는 가끔 신기하게 느껴졌다.
미기가 서류철을 들고 다가와 다음주 계약검토건이 세건이나 밀려있다고 알려주었다.
《사장님, 이번주 안으로 결재 좀 부탁드려요. 안그러면 다음달 스케줄이 또 밀려요.》
《알았다. 오늘밤 다 보고 래일 아침에 넘기마.》
나는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속으로는 예전 같으면 이런 서류가 다 무엇이냐 싶었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하자면 그보다 앞선 어느 날부터 말하지 않을수 없다.
우주29(2022)년 겨울, 그러니까 《스텔라이브》라는 이름조차 없던 때의 일이다. 그해 나는 몸담고있던 《유메퍼센트》라는 회사를 접어야 하였다. 함께 시작하였던 사람들과 방향이 맞지 않아 결국 해산을 선언하였을 때, 나는 그것이 내 탓인것만 같아 한동안 술에 기대여 지냈다.
그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보증금을 낮추어 얻은 작은 방에는 변변한 난방기구도 없어서 콤퓨터의 열기로 겨우 손을 녹여가며 건반을 두드리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몸에 이상이 온것도 그무렵이였다. 본디 좋지 않던 혈압에 술기운까지 얹어지니 병원에서는 수치를 들이대며 나를 나무랐다. 나는 그 종이쪽지를 받아들고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 몸을 더 아꼈어야 하였다.
그러나 사람이라는것이 마냥 주저앉아있을수만은 없는 노릇이였다. 며칠동안 방안에 틀어박혀 이 바닥을 아주 떠날가 하는 생각까지 하다가, 나는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지난 회사에서 함께하였던 칸나동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번 울리고 난 뒤 저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장님, 웬일이에요 이 시간에.》
《다시 해볼 생각 없니. 이번엔 크게 안 벌릴거다. 셋이서 작게.》
잠깐 침묵이 흐른 뒤 칸나동지는 대답하였다.
《저야 좋지요. 유니한테도 물어볼게요.》
그렇게 다시 뭉친 우리 셋은 사무실이라고 할것도 없이 좁은 방 하나에 콤퓨터 몇대를 들여놓고 시작하였다. 회의라고 해야 셋이 둘러앉아 라면을 끓여먹으며 이런저런 이름을 주고받는것이 고작이였다. 그날도 마땅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다들 머리를 싸매고있었다.
그 좁은 방에서 밤을 새운 날도 여러날이였다. 집에 갈 차비마저 아끼려고 사무실 바닥에 담요 한장을 깔고 잠을 청한 날도 있었다. 유니동지와 칸나동지도 처음에는 그런 나를 보고 놀라더니 나중에는 함께 밤을 지새워주었다.
그때 유니동지가 대뜸 손을 들었다.
《사장님, 스텔라이브는 어떨가요. 별을 뜻하는 스텔라와 생방송을 뜻하는 라이브를 합친건데, 저마다 다른 빛갈의 별들이 모여서 하나의 하늘을 이루듯이 우리도 그렇게 되었으면 해서요.》
나는 그 말을 몇번이고 소리내여 되뇌여보았다. 스텔라이브. 입에 붙는 소리가 산뜻하였다.
《좋다. 그걸로 하자.》
칸나동지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듣기만 해도 벌써 별이 된 기분이에요.》
그렇게 지어진 이름 하나를 걸고 우리 셋은 그해 12월 28일 조촐하게 첫걸음을 떼였다. 사무실 임대료도 빠듯하여 나는 내용물 기획도 방송 진행도 심지어 회계장부까지 손수 챙겨야 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였는지 스스로도 신기할 지경이다.
미리보기 그림 하나를 만드는 데도 나는 서투른 솜씨로 그림판을 붙잡고 낑낑거렸다. 자막 하나, 글자 하나 앉히는 데도 몇시간이 걸렸다. 지금이야 그 일을 전담하는 사람이 따로 있지마는 그때는 모든것이 다 내 손끝에서 나왔다.
이듬해 1월 7일 칸나동지와 유니동지가 나란히 첫 데뷰방송을 열었을 때, 나는 콤퓨터앞에 앉아 화면을 들여다보며 남몰래 눈시울을 붉히였다. 시청자라고 해야 몇백명 남짓이였지만 그것이 우리의 시작이였다.
그로부터 다시 세는 해로 세해가 지난 지금, 나는 사무실 한복판에 서서 그날의 좁은 방을 떠올려보았다. 그때는 상상도 못하였던 규모로 회사가 자라있었다. 세월이라는것이 참 묘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 뒤로 성원은 한번에 하나씩 늘지 않았다. 우주30(2023)년 유월에는 히나, 마시로, 리제, 타비 네사람이 한꺼번에 들어와 2기라는 이름을 얻었고, 이듬해 오월에는 시부키, 린, 나나, 리코 네사람이 또 3기로 들어왔다. 성원이 늘 때마다 나는 사무실 한켠에 자리를 새로 만들어야 하였고 계약서를 새로 써야 하였다.
회사도 그만큼 몸집을 불렸다. 이봉준, 이경훈, 김규연 세사람이 나와 함께 회사살림을 맡아보게 되였고, 일본에서 온 오쿠시 테츠로가 곁에서 안살림을 들여다보아주었다. 처음 라면냄비 하나 걸어놓고 시작한 자리에 이제는 결재판이 몇겹으로 오가는 어엿한 회사틀이 갖추어진 셈이였다.
오쿠시 테츠로는 나를 부를 때마다 샤쵸, 샤쵸 하며 일본식으로 불렀다. 낯선 발음인데도 그 말투가 묘하게 정답게 들려서 나는 굳이 고쳐주지 않았다.
회사살림을 나누어 맡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기는것을 보며 나는 마치 작은 나라 하나를 새로 꾸리는듯한 기분이 들어 혼자 웃은 적도 있었다. 라면냄비 하나로 시작한 살림이 이렇게까지 커질줄은 정말 몰랐다.
후날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우리 회사 식구가 정확히 몇명인지를 두고는 밖에서 어디는 서른두명이라 하고 어디는 열여덟명이라 하여 말이 엇갈린다. 아마 무엇을 어디까지 헤아리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모양인데, 어느 쪽이 맞든간에 처음 셋이서 시작한 사무실을 생각하면 놀라울만큼 불어난 수자임에는 틀림이 없다.
성원들 사이에서는 어느샌가 나를 두고 엄마라 부르고 저희끼리는 딸애들이라 이르는 말이 돌아다녔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손사래를 치며 부정하였다. 내가 무슨 엄마냐, 그냥 사장이다 하고 몇번이나 잡아떼였지만 성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 말을 더 자주 썼다.
그러다 어느 해 끝무렵에는 나 스스로도 영상 제목에 엄마라는 말을 슬쩍 얹어보게 되였다. 한번 받아들이고나니 오히려 그 말이 정겹게 들렸다. 딸애가 아홉이요 열이라니, 하루아침에 대식구를 거느리게 된 셈이라 나는 혼자 웃은 적도 있었다.
후야가 열번째로 들어오던 그 구월, 유니동지는 미스틱이라는 이름 대신 새 유닛명을 갖게 되였다. 데뷰방송이 끝난 뒤 나와 마주앉은 자리에서 유니동지는 새 이름에 대해 이렇게 말하였다.
《에버리스라는 글씨가 너무 예쁘고 어감도 우리한테 잘 맞는 단어 같아서, 듣자마자 마음에 들었어요.》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처음 《스텔라이브》라는 이름을 짓던 그날의 유니동지를 떠올렸다. 이름 하나를 짓는 데도 이렇게 마음을 쓰는 성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후야동지는 그날 밤 나에게 앞으로 합방도 하고 커버곡도 함께 부르고 3D 모습도 함께 만들고 싶다고 하였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열번째 별이 새로 뜬 하늘을 올려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성좌가 늘어난다는것이 이런 뿌듯함인가 싶었다.
유니동지는 그날부터 후야에게 방송장비 다루는 법이며 대화창 읽는 요령이며 자잘한것까지 하나하나 일러주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예전에 내가 유니동지와 칸나동지에게 이런저런것을 일러주던 시절을 떠올렸다. 이제는 성원들끼리 서로를 이끌어주는 때가 왔다는것을 그 광경 하나로 알수 있었다.
성원이 늘어난다는것은 단순히 얼굴이 하나 늘어나는 일이 아니였다. 그 뒤에는 계약서가 늘고 회의가 늘고 검토할 서류가 늘었다. 나는 가끔 이런 일이 처음 상상하였던 방송 일과 얼마나 멀어졌는가 하는 생각에 씁쓸해질 때도 있었지만 그것 역시 식구를 늘리는 값이라 여기고 받아들였다.
성원이 열이나 되니 방송 편성표 하나를 짜는 데도 서로 겹치지 않게 조율할 일이 한둘이 아니였다. 예전에는 셋이 메신저 한통이면 끝나던 일이 이제는 부서 회의를 몇번 거쳐야 겨우 표 하나가 나왔다.
회의자리도 예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셋이 둘러앉아 라면을 끓여먹던 자리는 이제 회의실 탁자에 서류뭉치를 펼쳐놓고 하는 자리로 바뀌였다. 이봉준은 늘 수자에 밝아서 계약서 구석구석을 짚어냈고, 김규연은 성원들의 일정이 겹치지 않게 조율하는 일에 능하였다.
그런 자리에 앉아있노라면 나는 가끔 우리가 정말 어엿한 회사가 되였구나 하는 실감이 났다. 예전에는 방송 하나 잡히면 그날 저녁 셋이서 정하면 그만이였는데, 이제는 여러 부서를 거치고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야 방송 하나가 세상에 나갔다.
새로 들어온 직원들앞에서 나는 종종 우리 회사가 걸어온 길을 이야기해주었다. 처음 이름을 지은 날부터, 데뷰방송날 몇백명뿐이던 시청자수까지, 하나하나 되짚어 말해줄 때마다 나 자신도 새삼 놀라곤 하였다.
신입 직원 하나가 그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물은 적이 있었다.
《사장님은 그때 이렇게 될줄 알았어요?》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솔직하게 대답하였다.
《아니. 그때는 그냥 이 셋이서 굶지만 않으면 그만이다 싶었지.》
그 말에 사무실안에 웃음이 터졌다.
웃음이 가라앉은 뒤 나는 속으로 그 물음을 다시 곱씹어보았다. 정말 이렇게 될줄 알았던가. 알았을리가 없었다.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다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온것이였다.
이듬해 정월에 4기생을 뽑는다는 공고를 내면서, 나는 이제 곧 열한번째, 열두번째 별이 뜰것을 생각하며 미리부터 사무실 자리를 어떻게 늘릴가 궁리하였다. 별 하나 늘리는 일이 이제는 방 하나 늘리는 일과 함께 다니게 된것이다.
공고를 낸지 며칠도 안되여 지원서가 물밀듯이 들어왔다. 예전에는 방송 한번 해보겠다는 사람을 찾기도 힘들었는데 이제는 도리여 누구를 골라야 할지가 걱정거리가 되였다.
식구가 늘어난다는것은 기쁜 일이면서 동시에 무거운 일이기도 하였다. 성원 한사람 한사람의 삶이 이제 회사의 결정 하나에 걸리게 되였고, 사소한 실수 하나가 예전보다 훨씬 크게 번질수 있었다. 나는 그것을 잘 알면서도 그때는 미처 다 헤아리지 못하였다.
후날 돌이켜보면 바로 그무렵부터 우리는 몸집에 맞는 조심성을 새로 배워야 하였다. 사람이 늘고 내용물가 늘수록 밖에서 우리를 보는 눈도 늘어난다는것을,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그림 하나, 글자 하나에도 여러 사람의 눈을 거쳐야 하는 시절이 다가오고있다는것을 그때는 미처 알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후날 다시 하기로 하겠다.
그날 저녁, 남은 직원 몇이 자장면을 시켜먹으며 열번째 성원이 들어온것을 자축하였다. 나무젓가락 부딪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사무실 한켠에 낮게 퍼졌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있자니 처음 라면냄비 하나 놓고 시작하였던 그 겨울밤이 자꾸 겹쳐 보였다.
그날 밤 나는 사무실 불을 끄기 전에 다시 한번 창밖을 내다보았다. 도시의 불빛들은 여전히 하나둘 켜지고 꺼지기를 되풀이하고있었다. 나는 그 불빛들속에 우리 회사의 열개 별도 함께 반짝이고있으려니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기가 마지막으로 사무실을 나서며 나에게 물었다.
《사장님, 래일도 일찍 나와요?》
《그래야지. 식구가 늘었으니 사장 노릇도 그만큼 늘었잖니.》
미기는 그 말에 소리내여 웃고는 먼저 인사를 하고 나갔다.
혼자 남은 사무실에서 나는 잠시 불을 끄지 않고 그대로 서있었다. 처음 라면냄비 하나 걸어놓고 시작하였던 그 좁은 방과, 지금 이 넓은 사무실이 겹쳐 보이는 순간이였다.
그때는 그저 셋이서 살아남는것이 전부인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그 좁은 방에서 시작된 마음 하나가 오늘의 열개 별과 서른몇명의 식구까지 이어진것이니, 사람 일이라는것은 참으로 헤아리기 어려운 노릇이다.
식구란 원래 그런것인가보다. 처음에는 밥그릇 수를 세다가 나중에는 서로의 앞날까지 함께 세게 되는것. 나는 그날 밤 그런 생각을 하며 오래도록 자리를 뜨지 못하였다.
나는 그렇게 늘어난 식구를 하나하나 떠올리며 이 대목의 기록을 맺는다. 그때는 몰랐으나 지금 와서 보면, 별이 하나 늘 때마다 우리는 그만큼 더 넓은 하늘을 짊어지게 된것이였다.